LG전자에게 반도체는 애증의 대상이다. 무척이나 가지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는 그대였다. LG전자는 미래산업을 반도체라 보고 90년대 중반 반도체 부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LG반도체의 앞날엔 바로 IMF사태가 있었고 그것은 LG전자가 반도체를 포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발표했던 이른바 빅딜. 국내 대재벌간에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한 산업군을 내주고 강한 산업군은 더 강화시킨다는 방안이다. IMF사태이후 사태수습을 위해서 분주하고 움직이던 국민의 정부는 이 빅딜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성사만 시킨다면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에 비견될만한 나라를 살린 정치적 성과로 포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나온 제안은 삼성그룹의 자동차부분을 대우그룹에게 넘겨주고, 대우그룹의 전자부분을 삼성그룹에 넘긴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김대중정부의 야심찬 기획도 삼성그룹의 실사로 인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예상외로 대우전자의 부실사태가 굉장히 심각하여 이미 부채가 천문학적인 액수를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김대중 정부가 시도했던 거의 대부분의 빅딜정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딱 한가지 성공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LG반도체가 현대반도체로 인수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LG는 데이콤을 인수할 수 있었다.
그 이후 LG는 반도체를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그대로만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 이후 현대반도체는 워크아웃을 거쳐 하이닉스가 되었지만 LG전자는 그냥 멀리서 쓴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그런데 오늘 충격적인 소식이 들어왔다.
LG전자가 최신 ARM 프로세서의 라이센스를 따낸 것이다. (기사원문보기) 이것이 LG전자의 반도체사업 진출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일단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라 볼 수 있다. 반도체사업이라는 것이 워낙에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분명히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LG전자의 숙원사업은 바로 반도체사업이다. 그리고 지금 정부는 국내 대기업에 대해 규제를 많이 완화해주고 있는 정부이다. 정부의 눈치를 살필 필요없이 LG전자가 할 수 있는 토대는 갖춰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연 LG전자는 다시 반도체 사업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