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게 이래서 더 흥미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인터넷을 통해서 5억명의 사람들을 이어주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어 주는 웹사이트 "페이스북"을 만든 사람이 사실은 여자친구한테 버림받고 아주 절친한 친구한테도 소송당하는 그런 인물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역설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일반적인 기업 성공스토리와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이 영화의 강점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현대중공업 광고같은 성공기업 창업신화 같은 것은 이제 조금 식상하게 느껴진다. (그 사람들의 위대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하도 그런 류의 이야기가 많고 내용을 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 왠지 뻔하게 느껴지는 면이 분명 있다.)
어떤 인터넷 리뷰를 보니, 온라인 상으로 있는 수십명의 친구보다 오프라인에 있는 몇 명의 친구들이 더 가치있음을 이 영화가 보여준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 그건 아닌거 같다. 왜냐하면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같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등록된 친구들을 보면 그 부류들이 완전히 온라인에서만 만난 친구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만난 친구들이 그 사이트에서도 친구들로 등록된 경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소셜네트워크에서의 친구들은 오프라인 친구들의 연장선이지, 완전히 새로운 온라인에서의 친구들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듯이,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와 다른 점은 바로 쿨한 아이들만 가입할 수 있는 폐쇄형 클럽이었다는 데에 있다. 이른바 미국내에서도 잘나간다는 명문대 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가 바로 페이스북이었다. 그런 쿨한 애들만 들어갈 수 있는 클럽이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잘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이것은 오프라인에서의 영향력이라던지 인식이 온라인으로도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걸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이런 경험을 겪지 않았는가. 미네르바 사건만 봐도, 그의 학력이 공개된 이후에 온라인에서의 그의 입지가 추락한 사실을 보면 이건 분명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현실세계인 오프라인의 거울로서 존재하는 온라인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나하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맨처음 등장했을 때의 특징은 바로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기반으로 한 개방성이었다. 흔히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정보의 개방성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또 공개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인터넷을 쓰는 현실을 보면 우리는 그 인터넷이 탄생했던 특징에 얼마나 근접하게 쓰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블로그나 게시판 같은 곳에 우연히 올린 글 같은 것이 빌미가 되어서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논란이 벌어지는가 하면, 싸이월드 같은 사이트에서 일촌들을 그룹으로 나누어 정보를 배타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인터넷을 쓰는 현실이 아니었던가. 이런 부분들은 자기의 모든 것을 공유하거나 공개하지 않는 오프라인의 것과도 굉장히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온라인은 온라인 그 자체로 오롯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유지되고 지속된다는 것이다. 다만 오프라인에 비해서 더 접근이 용이하고 더 규모가 크기 때문에 파장이 더 크다 뿐이지 가장 기본적인 방향성은 오프라인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은 온라인 나름의 특징을 가져가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아니면 온라인이 오프라인화 되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의 결론은 영화가 내려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두가지 것들을 절충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정보는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들은 지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뭐, 어쨌든 영화의 결론은 그거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인간이 원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대로 쓰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도, 쓰는 사람이 그렇게 쓰길 원하면 그런 식으로 변형되어 나가게 되어 있는 법인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