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2010) 나홍진 감독 / 하정우, 김윤석 주연.
영화를 끝까지 다 앉아서 본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극장에서 나올때까지만 해도 영화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것이었다. 전에 추적자에서도 그랬지만, 역시 나홍진 감독의 주특기는 캐릭터들의 극한적 대결에 있는게 아닐까 싶다. 처음부터 초인이었던 사람과 자기가 초인인지 몰랐던 사람이 초인임을 깨닫게 되면서 발생하는 극한의 대결구도가 바로 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였다.
나중에 전화로 대충 결말을 알게 되었는데, 결말은 영 실망스러웠다. 초인적인 그네들이 그렇게 끝까지 부딪혀가며 싸운 것은 그야말로 '생'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 때문이었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라고 볼 수 있는 '생'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렇게도 처절한 싸움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도 처절하고 치열하게 싸웠다면, 어떻게든 승패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부당거래 처럼 진짜 나쁜 놈이 살아남거나 아니면 타짜 처럼 주인공이 살아남거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런 식의 결말은 진짜 아니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지만, 이 영화 그렇게 먹을게 없는 건 아니다. 중박 정도의 캐릭터 영화가 되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역시 소포모어 징크스는 나홍진 감독에게도 피할 수 없는 짐이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