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레코더 기능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바로 로우컷 필터 기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이스 레코더로 녹음을 하면 우리가 평상시에는 잘 듣지 못하는 잡음이 녹음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음들을 제거하는 기능이 바로 로우컷 필터 기능이다. 그 잡음의 경우, 대부분이 일반적인 음역대에서 한참 밑에 있는 저음역대이기 때문에 로우컷 필터가 그 음들을 잘라내고 처음부터 필요한 음들만 녹음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로우컷 필터 기능이 적용되면 이상한 잡음들은 제거하고 깨끗한 음들만을 녹음할 수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기는데, 보이스 레코더가 가진 로우컷 필터의 인공지능이 훌륭하지 못하면 잡음이 들어있을 법한 음역대만을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녹음하고자 하는 음역대의 것까지도 잘라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 로우컷 필터는 음을 깨끗하게 만드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중요한 음들을 삭제해버리는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산요에서 나온 PS-503RM 보이스 레코더는 이 로우컷 필터를 아예 장면모드 형식으로 다르게 설정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대화모드, 회의모드, 강의모드, 음악모드가 그것인데 각각의 모드에 따라서 녹음되는 파일의 형식, 비트레이트도 다르고 로우컷 필터의 적용유무도 다르다. 예를 들면 대화모드에는 스테레오 줌 방식으로 녹음이 되어서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 강의모드는 모노 줌 방식으로 녹음이 되어서 멀리 있는 목소리를 잘 잡을 수 있는데 중점을 두게 설계가 되어 있다. 음악모드 같은 경우에는 아예 로우컷 필터를 꺼버려서 보이스 레코더로 들어오는 모든 음들을 녹음이 되게끔 설계가 되어 있다.
실제로 여러가지 모드로 녹음을 해본 결과, 대부분 녹음의 목적에 맞게끔 녹음이 잘 이루어졌다. 대화모드의 경우에는 깨끗한 소리가 현장감 있게 녹음이 되었고, 회의모드의 경우에도 멀리 있는 소리까지 스테레오로 잘 잡혔다. 강의모드 같은 경우에도 주위의 잡음들은 잘 없애주고 멀리있는 강의 소리를 잘 잡아주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것은 공연장에서 음악모드로 녹음할 때 일어났다. 공연장의 경우에는 넓은 공간이지만 또한 폐쇄된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소리도 잘 울리는 특징이 있는데, 이 보이스 레코더에 설정된 음악모드의 경우에는 로우컷 필터 기능이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다 살려서 녹음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포커스가 맞춰져야 할 연주에는 별로 포커스가 안 맞춰지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별도의 장면모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설정을 만져보았는데, 그곳에서 새로운 녹음 방식을 발견했다. 그것은 스테레오 와이드 방식이었는데, 그 방식을 세가지 까지 설정이 가능한 사용자 설정 모드에 적용을 하고 로우컷 필터와 ALC 기능을 켠 상태에서 적용을 해보니 공연장에서 음악을 녹음할 때 아주 훌륭하게 녹음이 잘 되었다. 공연장에서 이 레코더를 쓸 생각이라면 미리 설정된 음악모드를 쓰는 것보다는 위의 세팅을 적용해서 사용자 설정 모드를 만들고 그것으로 녹음할 것은 추천한다.
저장은 폴더별로 다르게 녹음해서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본에 저장된 메모리에서 8개까지 폴더를 나누어서 저장할 수 있고, 마이크로 SD카드에서 또 8개까지 폴더를 나누어서 저장할 수 있다. 실제로 써보면 알겠지만 고용량을 차지하는 wav파일로만 녹음을 하지 않는다면 왠만해선 몇십시간씩 녹음을 할 수 있다. (wav파일로 녹음을 한다고 쳐도 6시간 이상 녹음이 가능하다.) 마이크로 SD카드는 8기가까지 지원한다.
폴더에서 파일을 지우면 바로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휴지통 공간같은 곳에 저장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최종적으로 한번 더 삭제를 해야 파일이 완전히 삭제된다. 물론 그 공간에서 파일을 다시 살릴 수도 있다. 보이스 레코더에 저장된 파일은 자체 내장된 USB포트를 통해서 컴퓨터로 옮겨 담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전송속도가 굉장히 많이 느리다. 나 같은 경우에는 1기가 정도 되는 파일을 컴퓨터로 옮기는데 무려 30분 가까운 시간이 소요가 되었다. 참고로 우리 집에 500기가짜리 외장하드가 있는데 거기에 1기가를 채우는 시간은 3분 남짓이다...
이 보이스 레코더를 컴퓨터에 연결하면 컴퓨터에서는 이동식 디스크로 인식을 하고 파일을 전송하게 되는데, 이때 파일을 이동형식으로 전송하면 절대 안된다. 파일을 무조건 컴퓨터로 복사해야만 한다. 파일을 이동한 후에 보이스 레코더를 컴퓨터에서 뺀 후 보이스 레코더를 키면 보이스 레코더가 완전 먹통이 된다. 그때는 그냥 기계를 완전 초기화하는 수밖에는 없다. 이 것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보이스 레코더 안에 자체적인 휴지통이라는 공간이 있는 곳으로 보아 컴퓨터 파일 시스템하고 다른 독자적인 파일 시스템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그 파일 시스템을 안거치고 어떤 경로로 파일이 사라져 버리면 레코더 전체가 먹통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 (파일을 무조건 복사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전송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릴 수도 있을 듯 싶다.)
그런데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 보이스 레코더 자체적으로 녹음한 파일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넣은 mp3 파일의 경우에는 컴퓨터의 이동식 디스크 창에서 삭제하더라도 이 레코더가 먹통이 되지않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것은 이 레코더가 자체적으로 녹음하여 생성한 파일에 대해서만 이 레코더 특유의 자체 파일 시스템을 적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이스 레코더로 녹음한 파일은 현장에서 바로 재생이 가능하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보이스 레코더 자체에 스피커가 장착이 되어 있어서 별다른 이어폰 없이도 녹음한 파일을 바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재생할때는 재생 속도가 조절이 가능한데, 50%에서 최대 200%까지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이때 재생 속도 변화에 의한 음질 열화는 거의 안느껴졌다.
재생할 때의 음장은 다른 mp3랑 별반 차이가 없는데,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Clear Voice 음장이었다. 사람의 목소리 음역대가 일반적으로 중음과 고음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그 음역대의 음만 강조하고 나머지 음들은 완전히 줄인 음장이었는데, 목소리를 듣는게 중요한 강의녹음파일 같은 것에서 이 음장이 유용하게 쓰였다. 또 인터넷에서 라디오 파일을 다운받아서 들을때도 이 클리어 보이스 음장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재생을 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건 리쥼 재생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파일을 듣다가 들을 상황이 아니라서 레코더를 껐다던가 한 이후에 다시 레코더를 켠 이후에 그 파일을 재생을 시키면 전에 듣던 시점에서 다시 재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파일을 처음부터 다시 재생한다... 만약에 두시간짜리 강의파일을 듣다가 레코더를 끈 경우라면 정말 안습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자기가 어디까지 들었는지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빨리감기를 사용해야 한다... 거기다가 빨리감기 속도는 그닥 빠른 속도가 아니라서 속이 터지는 편. 빨리감기를 긴 시간동안 돌리면 레코더가 알아서 가속도를 붙여서 빨리 검색하게끔 만들어주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가속도가 붙기까지 좀 열불이 터진다. (그리고 재생시에 파일이름이 한글일 경우에는 당연히 LCD창에서 한글 제목이 출력되지 않는다...ㅡㅡ;;) ※ 단, 배터리가 다 되어서 자동적으로 종료되었을 경우에는 듣던부분부터 이어듣는 것이 가능하다.
배터리는 AAA 사이즈 하나를 먹는데, 재생할 때보다 녹음할 때 에너지 소모가 더 많은 편이다. 그리고 같은 녹음을 하더라도 알카라인을 쓸때와 충전지를 쓸때의 사용시간에서 차이를 보였다. 아마 전압차이에서 오는 현상인듯 한데, 중요한 녹음일 경우에는 알카라인 건전지를 쓰는게 더 도움이 될 듯 하다. 전체적인 사용시간은 충전지의 경우에는 재생시에는 한 8시간 남짓되는 듯 싶다. 알카라인의 경우에는 한 10시간 남짓 사용이 가능했다. 녹음시에는 충전지의 경우 한 6시간 정도 쓸 수 있었고 알카라인은 한 8시간 정도 쓸 수 있었다.
전체적인 평을 내리자면 그럭저럭 사용할 만한 기계라는 평을 내리고 싶다. 10만원대 후반의 가격을 생각하면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적인 대화, 회의녹음, 강의녹음에는 아주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었고 또 그 파일을 재생시키는 방식에서도 신경을 쓴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역시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음악파일을 재생할 시에 리쥼 재생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LCD창에서 한글 제목을 출력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레코더로서의 기능은 수준급이지만, mp3 재생기능에서는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조금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다.
거기다 조금 더 아쉬웠던 부분이 역시 음악을 녹음한 파일에서 나타났는데, 아주 세밀한 음 하나하나가 중요한 녹음에서는 그 성능이 좀 떨어졌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가격대이니 만큼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듯 싶다. 시중에 판매되는 전문가용 음악녹음 보이스 레코더는 거의 50만원대를 호가한다. 그 보이스 레코더에 비하면 아무래도 이 보이스 레코더는 좀 더 고급스러운 성능에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핸드폰에 포함되어 있는 녹음기능이나 저가의 보이스 레코더들 보다는 훨씬 더 좋은 성능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특히 10만원대 후반에 PCM WAV파일로의 녹음을 지원하는 보이스 레코더가 많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제품이 가진 의의는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