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 장철수 감독 / 서영희, 지성원 주연
친구가 김복남살인사건의 전말을 보라길래, 난 앙드레김 사망에 관한 영화인줄로 알았었다. 그래서 내가 앙드레김이 타살이냐고 다시 되묻자, 다시 돌아온 문자는 그 당황함이 한 눈에 느껴지는 그런 문자였다. 어쨌든 각설하고 친구의 추천이 있고나서도 한참 후에 보게 되었는데, 보고 나서 역시 감탄하게 되는 것은 SH의 안목이라고나 할까.
주인공은 도시 생활에 찌들고 지친 나머지 시골섬으로 잠시 휴양을 오게 되는데, 그 곳에서 어떤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게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다. 복잡한 도시와 대비되는 곳이 바로 이 시골섬이라는 공간인데, 이 시골섬이라는 공간은 당연한 순수의 이미지로 가득찬 곳이여야 하거늘, 그 곳은 온갖 인간의 추악한 본능들만이 가득찬 그런 곳이었다. 그러니까 도시라는 문명 세계는 그나마 어떤 도덕이나 법적인 테두리로 인간의 본능을 제어하고 있지만, 시골 섬이라는 공간은 그런 도덕이나 법적인 테두리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인간의 본능이 그대로 드러나고 까발려지는 그런 공간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순수라는 것과 상당히 거리가 먼 그런 공간이 되어버리고 만 셈인데, 애초에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 상당히 사악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전제 하에서 본다면 오히려 이런 설정이 더 일리가 있다고 느껴진다.
한마디로 인간이 근본적으로 악하다는 전제하에, 이 세상에 완벽한 순수의 유토피아는 없으며 오히려 최소한의 법과 도덕의 테두리가 없는 곳은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 말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인간은 악한 존재가 맞다고 생각하므로 영화의 설정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영화를 보기 전, 저 포스터를 보고 서영희가 추격자에 이어서 또 당하는 영화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고. 오히려 약간은 통쾌한 그런 맛도 살짝 느꼈다. 아프면 된장바르면 된다는 그 말이 무척이나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런 류의 영화는 내랑 같이 일하는 KY의 남친이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같이 봤는지 안 봤는지는 나도 잘모르겠다만, 안 봤으면 같이 보러 가기를 권장하는 바이다. KY는 비록 싫어하더라도 남친은 굉장히 좋아할 듯. (너무 재미있다고 전화 올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
어쨌든, 이 영화가 웰메이드란 것은 확실하고. 요즘 스릴러는 참 수준높아서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 그런데 하도 스릴러만 보다 보니 이제는 조금씩 물릴려고 하는 것도 사실. 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델마와 루이스 류의 로드무비가 조금 땡기는데, 그런 영화 개봉 안할라나? 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