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이 먼곳까지 오셨다. 그래서 외박을 나왔다.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여관방에서 비디오를 한편 빌려보았는데, 그게 바로 '터미널'이었다. 태풍이나 구세주 뭐 이런 거 볼려고 비디오집 갔는데, 그런 것들은 다 빌려갔더라구. 그래서 톰행크스가 어리버리하게 서있는 이 '터미널'을 빌렸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은 트루먼쇼라는 영화랑 좀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네이버 영화에서 찾아보니까 이 '터미널' 지은 작가가 트루먼쇼 만들었던 그 작가더구만. 흠 그래서 그런가 좀 비슷한 느낌. 일단 설정부터가 비슷하다.
트루먼쇼를 보면 주인공 트루먼은 '트루먼쇼'라는 쇼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서 세트장(시헤이븐)안에서만 갇혀서 지낸다. 터미널에서의 주인공 나보스키는 갑자기 나라가 사라져버려 공항에서 나갈 수 없는, 공항안에서만 갇혀서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또한 이 주인공이 자유롭게 바깥 세계로 나가는 걸 막는 악당도 등장하는데, 그 악당들의 모습도 상당히 비슷하다. 일단 외양부터 터미널의 악당인 '딕슨'이나, 트루먼쇼의 악당인 '크리스토프'나 다 대머리다. 거기다 동그란 쇠테 안경을 낀다. 그리고 주인공을 관찰하는 수단으로 주로 CCTV를 많이 이용한다. 물론 각자 공항과 세트장의 관리자로서 주인공들이 나가는 걸 막기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정말 비슷하지?
그래도 이 영화가 가진 아이덴티티가 있으니, 그것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트루먼쇼와 가장 다르게 작용하는 이 영화만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트루먼쇼의 '트루먼'은 그 주위에 자기가 사회로 나가는 것을 돕는 사람들이 없다. 그 주위의 친구들도 알고보면 그 '트루먼쇼'의 한 배우일뿐으로서, 트루먼이 시헤이븐을 나가는 것을 막을 것만 생각하고, 트루먼쇼가 계속 진행됨으로 자기가 받을 출연료만 생각하는 녀석들이다.(단 한 사람만 빼고.)
하지만, 터미널의 '나보스키'는 다르다. 나보스키의 주위엔 온통 그를 돕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결국 그들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꿈에도 그리는 뉴욕시티로 나보스키는 나가게 되는 것이다.
즉, '트루먼쇼의 트루먼'은 주변사람들이 다 자기를 막는(이상할 정도로 심하게 막는) 상황을 극복하고, 결국 자유를 찾아 사회로 나가는데 성공한다. 반면, '터미널의 나보스키'는 주위의 사람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고, 그들의 도움으로 결국 자유를 찾아 나간다. 이것이 트루먼쇼와 터미널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이 영화의 주제를 강렬히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의 좁은 생각으로 간단히 평가를 한다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아 나선 트루먼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다른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트루먼쇼는 주인공 짐캐리의 영향(톰행크스보다는 어려보이는 얼굴)때문인지 상당히 젊은 영화처럼 느껴진다. 터미널은 오십줄에 이른 톰행크스의 영향때문인지 조금 나이가 들어보이고. (그냥 영화가 주는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자주인공은 오히려 캐서린 제타존스(터미널)이 나타샤 맥켈혼(트루먼쇼)보다 젊어보인다. 실제로 나이를 찾아보니 캐서린 제타존스가 더 나이가 많더라. 조금 당황했지만, 뭐 둘다 예쁜 배우니까. 나는 그냥 마냥 좋을 뿐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