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H와 함께 농구를 보고 왔다.
부산 KT와 안양 KT&G랑 하는 게임이였는데, 경기는 그냥 사뿐하게 KT가 이겼고.
나름 재미있었다.
특히 제일 기억에 남는건 딕슨이었는데, 딕슨이 대박이었다.
몸집은 딱 이대호를 농구장에다 데려놓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 선수 참 귀여웠다. 농구도 참 설렁설렁하는거 같은데 은근 골도 잘놓고... 그러니까 다른 선수들이 공들고 열라 뛰어가는 동안 딕슨은 그냥 설렁설렁 뛰면서 골대밑으로 들어가고, 자리 지키고 있다가 다른 선수들이 공 넣어주면 그 공으로 한 골 놓고 그런 스타일이었다. 또 덩치도 크고 워낙 힘이 좋으니까 다른 외국인 용병들도 살짝 어깨싸움만 했을뿐인데 알아서 날아가주니, 농구를 참 쉽게 하는거 같았다. 원래 뭐든 쉽게 하는거 처럼 보이는게 참 잘하는 거라고, 딕슨이 농구를 잘하는 거겠지.
플레이는 옛날 현대시절의 맥도웰을 생각나게 했는데, 맥도웰보다 키도 더 크다고 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셈인게다.
또 한가지 기억에 남았던 사람은 부산 KT의 전창진 감독이었다.
상대편 선수가 약간 헐리우드 액션같은걸로 넘어지니까 바로 복식으로 사자후를 하시는데, 응원소리로 그렇게 떠들썩하던 온 농구장이 한 순간에 완전 썰렁해지면서 쥐죽은듯이 조용해지기도 하였다. 또 경기 중간중간에 좀 영 아니다 싶은 선수들 불러다가 실시간으로 갈구시던데, 확실히 그 갈굼이 효과가 있었는지 선수들도 다시 정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줬었다.
SH의 말로는 원주 동부시절보다는 많이 조용해진거라고 하는데...
흠 어쨌든 선수단 장악능력은 거의 최고수준으로 보이고, 그 때문에 성적도 좀 나오는 편이라 못하는 감독이라 말할 수는 없을거 같다. 프로는 어찌됐든 성적으로 이야기 하는거니까.
농구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거였었는데, 역시 기아 엔터프라이즈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허재 강동희 김영만이 다 있었고 그 멤버에 클리프 리드라는 걸출한 용병도 있었다. 클리프 리드가 엄청난 탄력으로 덩크를 할때면 정말 차원이 다르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사실 그 시절, 어렸었던 나는 덩크슛은 실패하지 않고 시도하면 무조건 성공하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근데 덩크슛도 실패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바로 클리프 리드였다. ㅋㅋ)
기아 시절의 부산 농구는 정말 최고였었지. 플레이오프 못 가면 이상할 정도로... 그러다가 허재가 원주 TG로 가더니,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울산으로 연고지를 옮겨버렸다. 그 이후에 나에게 농구는 아웃 오브 안중이 되었고, 정말 오랜만에 농구장에 갔었던 거였다. 근데 생각보다 농구도 재미있네. ㅋㅋㅋ
또 대박은, 내가 쇼 패밀리카드 회원인데, 이 패밀리카드만 있으면 일반석으로 네명을 공짜로 볼 수가 있다. 선수들 바로 옆에서 보는 특석도 4명까지 50%가 할인이 되니까 그야말로 대박인거지. 포인트가 차감된다고 하지만 내 포인트는 지금 13만점이 있다. 한마디로 포인트 걱정할 필요없이 거의 무한정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작년에 그냥 없어진 포인트가 한 10만점 정도 될거다 아마...ㅋ)
진짜... 대박!
원주 동부를 응원하는 SH랑 부산 KT에는 별 관심없는 나는 농구 결과에는 별로 관심도 없어서, 농구를 보면서도 수없는 노가리를 깠었다. (사실 SH가 예상한대로, 경기는 마치 물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부산 KT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약간 박빙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완전 가슴 졸인 그런 상태도 아니었으니...) 그러다가 SH가 참 주옥같은 명언들을 많이 했다. 참 기억에 많이 남아서 한가지 말을 옮기자면 이런 말을 했다.
"여자는 별같이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다. 그리고 저 하늘의 별처럼 많이 있다.
그렇지만 또 저 하늘의 별처럼 먼 존재가 바로 여자다."
흠... 왠지 공감을 했다. 그리고 나서 SH의 결론은 여자란 그렇게 먼 존재들이니, 나와 같이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시크릿 덕후의 세계로 가지 않겠냐? 하는 것이었는데... 아... 왠지 솔깃했다. 얼마전에 핸드폰 배경화면도 윤하로 바꿨는데...
쩝... 요즘 외롭긴 많이 외로운가 보다.
그렇다고 또 아무한테나 껄떡대기는 싫고...
이러다 나중에 결혼도 한번 못해보고 죽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예전에 훈상리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을 잘 지키는 곳이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안동인데, 안동 종갓집에 시집을 갈려는 한국 여자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안동에서도 가장 전통을 지키는 곳이라 할 수 있는 안동 종갓집에서 국제 결혼을 그렇게 많이들 한다고.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안동이 가장 국제적인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왠지 훈상리 교수님의 그 말씀이 생각났고, 또 공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