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조금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시 에반게리온은 에반게리온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내내 행복했다. 중학생 시절 고등학교 배정을 거의 다 끝내고 학교에선 수업을 안했었다. 그냥 집으로 보내줄 수는 없어서 TV로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는데, 에반게리온을 처음본게 그때였다. 에반게리온을 보고, 난 이 영화의 광팬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정식으로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될 줄이야...
에반게리온을 극장에서 보는 것 자체가 난 감동이었다.
조잡하고 떨리는 화면이 아니라, 생생한 극장화면과 음질로 에반게리온을 즐기게 된 사실 자체가 난 무척이나 즐거웠고 또 행복했다.
그리고 그 놈의 사도는 왜 자꾸 지구에 내려오는 것일까? 아마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서겠지. 근데 사도(애니메이션 안에서 영어로 표시할 때는 angel 이라고 표시된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구를 멸망하기를 원하는 것이 지구를 처음부터 만들었던 신의 의지라면? 만약 신이 지구를 멸망시키고 싶어한다면, 우리는 그들과 싸우는게 맞는 걸까, 아님 신의 의지대로 멸망당해주는게 맞는 걸까? 그건 너무 어려운 문제다. 사실 신을 믿고 살아간다는 나도, 그 문제에 대해서 뭐라고 명확하게 답을 해줄 수 없는데,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아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인류보완계획이라는걸 이제 좀 뭔가 알 듯하다. 예전에도 워낙 직접적으로 말 안하고 두리뭉실하게 얘기하거나 암시를 주거나 해서 좀 많이 헷갈렸었는데, 이 인류보완계획이 현재 지구인류를 멸망시키는 계획인 셈이다. 그리고 신인류를 탄생시켜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계획같은데, 레이가 아마 그 프로토타입으로서 계획되었던 거 같다.
인류보완계획이 되었든 사도가 되었든 걔들의 목표는 같다. 기존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인데, 문제는 멸망이후 재창조 문제인 듯하다. 제레가 원하는 인류보완계획은 레이를 프로토타입으로 하는 그 무엇인가가 될 거 같고, 사도가 원하는 재창조 계획은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근데 문제는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완전히 각성해버렸다는 거다. 인간이 씌워놓은 탈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거의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버렸는데...
아, 이번 편만 가지고는 도저히 모르겠다. 완벽한 결말이 나오지 않은 이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들도 너무 많고.
에반게리온 Q가 나오면 뭔가 확실해지지 않을까. 이번 편도 재미있었지만, 다음 편도 기대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에반게리온은 에반게리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