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축구장에를 갔다가 깜짝 놀랄 일을 경험했다.
상대편 팀이 우리편 팀에게 조금 심한 몸싸움을 걸었는데, 심판이 파울을 불지 않고 그냥 경기를 속행했다. 조금 문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문제될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뒤에 있던 한 꼬마애가 그 심판을 보고 마! 마! 하면서 야구장에서 하는 마! 응원을 하는 거였다. 주변에 어른들은 그냥 웃고 넘겼지만, 난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 뜨끔했다. 이 아이들이 칭찬과 격려를 하는 방법은 모른채, 그냥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방법만 먼저 배우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아이들은 바로 미래 그 자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방법보다 남을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방법만 먼저 배운 아이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진짜 상상도 하기 싫어진다.
사직야구장에서는 원정팀이 홈팀선수에게 견제구를 던지면 모든 관중들이 마! 라고 외치면서 야유한다. 생각해보라 한 삼만명 정도 되는 사람이 투수 한 사람에게 일제히 마! 라고 하면서 갈구는 모습을. 왠만한 베테랑 투수들은 그런 롯데의 응원문화에 익숙하기에 그냥 신경쓰지 않지만 경험이 적은 어린 투수들은 아마 그런 관중들의 야유에 적지않게 신경쓰일 꺼다. 근데 문제는 마! 라는 응원이 상대편 팀의 투수를 비난하기 위한 응원이라는 것이다. 상대편을 비난하는 것도 응원의 한 종류이겠지만, 문제는 애들이 어른들이 하는 그 응원을 보고 따라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면서 자란다. 어렸을때부터 공부하는 부모님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잘한다. 물론 모든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부모님밑에서 자랐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부모님이 공부하면서 살아갔던 가정의 아이들은 공부를 잘한다는 이야기다. 이건 진리다.
나는 마! 응원이라는 응원문화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없다. 마! 라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응원자체도 그냥 응원문화중에 하나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그런데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사직구장에서 응원하는 관중들의 이중적인 행태다.
사직구장에서 하는 응원중에 아주라! 라고 하는 응원이 있다. 파울볼이 관중석쪽으로 넘어오면 그 공을 주운 관중보고 그 공을 아이들한테 주라는 뜻으로 아주라! 라고 외치는 응원인데, 옛날에 어떤 커뮤니티에서 어린시절 야구를 보러 왔다가 파울볼을 건네준 그 아저씨 때문에 진짜 야구를 사랑하게 되었고 어른이 된 이후까지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글 때문에 생겨난 응원문화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줍시다 하는 의도로 아주라! 응원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그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거의 강요하는 형태로까지 강권하는 게 아주라! 응원이지만, 어쨌든 그 취지는 야구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자는 거다. 바로 아이들을 위해서 지금도 아주라! 응원을 하고 있는 거다.
헌데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나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애들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 상대팀 선수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견제도 야구의 한 요소이다. 견제는 반칙이 아니라는 얘기다. 야구 규칙에도 엄밀히 있고 상대편 도루를 막기 위해 투수에게 주어진 권리이다. 그냥 투수는 그 권리를 행했을 뿐인데, 사직의 3만 관중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데 스스럼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마! 라는 말 자체는 사실 욕이다.
예전에는 사직구장에는 욕하는 아저씨들이 진짜 많았다. 그래서 애들 데리고 가기 힘든 장소중에 하나가 바로 사직구장이었다. 근데 어느 순간 욕하는 아저씨들도 많이 사라졌고, 건전한 응원문화가 자리 잡는 듯 하더니 요즘은 또 욕하는 아저씨들도 많아지고 있는 거 같다.
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직구장의 응원문화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사직구장에서 응원하는 우리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지적하고 싶은 거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원색적으로 상대편 선수를 비난하는 응원은 줄이자.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아이들을 위한다는 위선적인 말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