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야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긴장을 풀어보려 심호흡도 해보고 몸도 풀어보고 팔짝팔짝 뛰기도 했다. 그래도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가슴이 벌렁벌렁. 터질 것 같았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렸다.
"주님, 저희가 많이 부족한 가운데 모였습니다. 각자의 일상에 쫓겨 그리고 회사일에 쫓겨 많은 시간 모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모여서 연습도 많이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님이 함께 하신다면 저희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말할 때, 그들이 우리에게만 집중하길 바랍니다. 내가 말할 때, 오직 나만 바라보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와 저들이 하나가 되어서도 소통하길 원합니다. 저희가 느끼는 감정을 저들이 느끼고, 서로 공감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준비하고 공연하면서 변화하게 될 우리만큼 저들도 변화하길 원합니다. 제가 그랬듯이, 저들도 공허한 과거와 단절하길 바랍니다."
3주전쯤이었다. 예배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지연이 누나가 나를 불렀다. 이번에 전도축제에서 드라마를 하는데 거기에 해볼 생각이 없냐는 거였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흔쾌히 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모였다. 건영이형이 대본을 보여주었는데, 영원한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본을 읽고 배역을 정했다. 배역에는 여자 A, B, C와 남자 A, B, C 그리고 상인역할이 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 참가한 사람은 여자 세 명, 남자 두 명뿐이었다. 준혁이 형이 상인역을 하시는 바람에 내가 남자 세 명의 배역을 혼자서 다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그 세 명의 역할을 다 해야 했다. 하지만 기분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이왕 하는 거 뭐 비중 있는 역할이면 좋은 거지.
배역을 정하고 배역에 대한 연구를 하고, 연습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거의주인공급의 비중있는 역할이었고, 전에도 학교 축제할 때 마당극을 해본 경험도 있었다.
그렇게 연습을 시작했고, 한주 두주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목표하고 생각했던 것만큼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거였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집에서 조금씩 연습을 했지만, 같이 모여서 연습을 하면, 뭔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또 그때는 시험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에 올인할 수도 없었다. 그러면서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점점 불안함과 두려움이 나를 덮쳐왔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드라마가 시작됐다. 스포트라이트가 켜졌고 준혁이 형이 올라갔다. 준혁이 형의 대사가 시작됐고, 이윽고 민주누나가 올라갔다. 이제 내가 올라갈 차례였다. 가슴은 터질듯 했고, 온 몸엔 긴장으로 경직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기도를 드렸다.
"내가 말하고 움직이는 그 순간, 저들이 오직 나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들 앞에서 당당하게 서서 주님 앞에 사는 기쁨을 전할 수 있도록 저에게 힘을 주세요."
그리고 무대 위에 올라갔다.
드라마를 준비하고, 또 공연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변화했다고 느낀 것은 바로 주님에 대한 믿음이다. 주님께서 항상 나를 지켜보고 계시다는 그 믿음. 그 믿음이 있는 한 내 삶을 더 이상 허투루 보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주님 앞에서 당당하게, 그리고 감사하며 살아야지.
감사합니다, 주님.
- 부산영락교회 청년부 『오후 네시』 vol.5에 수록된 글.
2008년에 내가 가장 잘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주위에 항상 나를 지켜보고 계셨던 주님을, 발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