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말에 창원 갔다 왔습니다. 창원에 사는 군대 친구 재만이의 요청으로 창원에 간 것이었죠. 창원 갈려고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 갔습니다. 2층에서 표를 끊고 1층 대합실로 내려왔는데요, 사람이 많이 줄을 서서 있었습니다. 그 줄이 거의 1층 대합실 전체를 뒤덮고 있었는데요, 이런 광경을 처음 봤던 지라 상당히 신기했습니다. 근데 그 줄의 끝이 창원 게이트로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설마 창원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가나 싶어서, 이 줄 어디 가는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진해가는 거라고 그러더군요. 어쩐지 좀 커플들이 많다 싶었습니다. 어쨌거나 진해로 가는 그 줄을 뒤로 하고 창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창원에 내려서 도착했다고 전화를 하니, 5분만에 재만이가 나왔습니다. 재만이가 창원에 있는 롯데백화점까지 한 30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고 해서 걷게 되었습니다. 창원대로였었나? 하여튼 엄청 넓은 도로 옆으로 쭉 걸어가는데요, 벚꽃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따라 유난히 커플들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거기다가 그 시간대가 학생들이 학교 마치고 빠져나올 시간대인지라, 학생들도 엄청 많았습니다.
커플들은 서로 손 주물럭대면서 벚꽃 즐기느라 느릿느릿 가고 있고, 학생들도 한꺼번에 나오느라 도로가 엄청 정체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구간을 상당히 빨리 통과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었죠. 창원에는 신기하게도 여러 학교가 한 곳에 뭉쳐져 있습니다. 그 벚꽃 길 옆으로 학교가 계속 나오더군요. 한 네, 다섯 개 정도 학교가 그 곳에만 뭉쳐져 있는 듯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걸었던 그 코스는 데이트 코스였던 거 같습니다. 재만이 이 녀석이 지 데이트 하기 전에 한번 맛볼라고 그 코스로 걸어왔던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간신히 그 구간을 통과했을 때, 학원 원생 모집 포스터 같은 거 붙여져 있는 광고판 같은 게 있었는데요, 거기에 창원 헌혈의 집 오픈 기념으로 헌혈하면 선착순 1000명에게 롯데시네마 영화관람권을 준다고 하더군요. 이게 웬 떡인가 싶었습니다.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재만이를 데리고 헌혈하러 갔습니다. 헌혈하고 영화관람권 받고 기뻐하고 있을 때 대구에서 현수가 도착했습니다. 현수도 헌혈해서 영화관람권 받고 세 명이서 『삼국지: 용의 부활』을 봤습니다.
『삼국지: 용의 부활』은 흔히 잘 알고 있는 삼국지를 영화로 옮긴 것입니다. 방대한 삼국지의 역사를 다 다룰 수가 없었는지, 조자룡(원래 이름은 조운이죠, 근데 영화에서는 삼국지를 잘 모르는 관객을 위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자룡이라고 표기하고 있었습니다.)이라는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는데요, 유덕화가 맡은 조자룡 역할은 상당히 멋있었습니다. 유덕화 형님의 명연기도 볼 만 했었고요. 근데 문제는 영화 자체가 너무 빨리 진행된다는 거였습니다. 요즘 빠른 전개를 가진 영화가 트렌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유덕화 형님이 우리에게 뭔가 감동을 주시려고 하는데, 너무 전개가 빨라서 관객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야기가 너무 비현실적인 신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점입니다.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기원후 200년대 정도입니다. 1800년이나 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당시 문헌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 조금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실제는 그것이 아니지만 세월이 지나가면서 윤색되고 각색되면서 실제와는 달리 살이 많이 붙여지면서 굉장히 신화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인데요. 『삼국지: 용의 부활』은 그 신화의 재현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관객의 입장에서는 저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하면서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근·현대사에 비해, 문헌사료 같은 것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그러한 비현실성을 감안해서 요즘 학계 트렌드에 맞게 실증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삼국지: 용의 부활』의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 되는 액션보다는, 진짜 전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중요시했던 『명장』의 액션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애초에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갈 거면 진짜 『300』처럼 완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비현실적으로도 조금 약한 액션,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액션. 이게 이 영화의 아쉬운 점입니다. 그 외에는 뭐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그냥 한번 정도 보기에는 적절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올 여름 개봉할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영화,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을 기대해봅니다.
P.S: 그러고 보니 인디아나존스의 신작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완전 기대! 합니다!
이미지 원본 출처 : 삼국지: 용의 부활 / 영화정보 / 씨네21
http://www.cine21.com/Movies/Mov_Movie/movie_detail.php?s=base&id=18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