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 특별학점인정이란 제도가 있어.
어떤 특정한 과목에 한해서 굳이 그 과목을 수강하지 않더라도, 자격증이나 토익점수가 있으면 그 과목을 수강한 것 같이 학점을 부여하는 그런 제도이지.
나는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이 있어.
그래서 학교에서 하는 『정보처리개론』을 굳이 수강하지 않더라도 학점을 받을 수가 있다는 거.
얼마전에 그거 신청기간이였거든.
그래서 서류랑 이런거 다 준비해서 딱 기간에 맞게 제출했어.
그런데 엊그제, 갑자기 전화가 온거야.
신청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대. 조교가 막 어리버리하게 뭐라고 말하는데, 막 땁땁한거야.
과사로 열라 뛰어갔지.
조교 : 어, 그러니까, 여기에 니 명단이 없어~
나 : 예?
조교 : 어 그러니까, 니가 제대로 했으면 여기 명단에도 있어야 하거든.
어 그러니까, 니가 이 명단에 없어. 어 그러니까, 니가 뭐 잘못한게 아닐까?
나 : 제대로 다 했는디요. 서류도 다 챙겼고.
조교 : 어 그러니까, 여기에 보면 제대로 한 애는 이렇게 과목명이랑 연도도 다 적혀져 있거든.
어 그러니까, 너는 이런게 안 적혀있잖아.
(딴 사람걸 보여준다. 그 사람껀, 컴퓨터로 다 작성되어 있고, 이름이랑 학번만 펜으로 적은거고.
난 표만 컴퓨터로 출력하고 그 속에 과목명이랑 전부다 펜으로 적은 양식.)
나 : 그래서, 안되는 건가요?
조교 : 어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음....
나 : 이미 신청기간도 지났잖아요. 새로 신청도 못하는디.... 어떻게 안될까요?
조교 : 어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음....
나 : 좀 해주세요. 제가 단지 컴퓨터를 조금 못했을 뿐이지, 서류가 안되는 거도 아니잖아요.
시간을 어긴 것도 아니고. 단지 컴퓨터를 조금 못한다고 특별학점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다 컴퓨터를 잘 하는 건 아니잖아요.
조교 : 어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음....
나 : 정 그렇게 힘드시면, 제가 직접 가서 말을 해볼게요. 이리 주세요.
조교 : 아니아니, 그건 안되고, 내가 가서 말을 해볼테니까, 일단 수업들어가 있어....
어 그러니까, 내가 알아보고 연락을 주도록 할게.
나 : 네...
결국, 이렇게 해서 나는 특별학점인정신청을 할 수 있었어.
그날, 조금 울컥했어. 과사에 있는 조교는, 우리과 조교야. 우리과 조교이니까, 그 무엇보다도 우리과 학생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일해주는 게 맞는 거라고 봐. 그런데, 그때 조교의 모습은 그게 아니었어. 니가 잘못한거니까 안된거다. 그러니까 해줄 수 없다. 이런 말투였어.
그래서 그 조교에게 강력히 항의했어. 왜 그런거냐. 누구나 다 컴퓨터 잘하는건 아니지 않냐. 내가 기간이나 서류상의 문제가 있었던 거도 아니지 않느냐. 누가 보면 예의없고 버릇없는 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진짜 중요한건 그 사람들의 이목이 아닌거 같애. 그 사람들은 결코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아. 내 인생 내가 살아가는 거야. 진짜 이루고 싶은게 있으면 내 모든 걸 걸고 그걸 이뤄야 해. 진짜 지키고 싶은 소중한게 있다면 내 모든 걸 걸고 그걸 지켜야 해. 난 길지 않은 23년동안 그걸 배웠어. (비록 최근 3년 사이의 시간이 그 23년중에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지만.)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사람이라는 거도 배웠어. 모든 일의 근본은 바로 사람이거든. 지금 저기 빛나는 다이아몬드는 5억만 있으면 살 수 있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10조를 준다고 해도 못 산다고 봐. 저기 빛나는 다이아몬드에게 5억이란 돈은 충분할 수도 있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10조라는 돈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할 수 있다면, 바로 너희들의 마음을 사고 싶어. 진심으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야.
- 2007.12.02 01:05
- 일상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