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느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배우의 뛰어난 연기, 감독의 탁월한 연출, 탄탄한 시나리오 구성 등 여러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내용을 얼마만큼 이해하느냐가 아닐까?
만약 한국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에스키모인들이 한국인의 정서를 다룬 '왕의 남자'를 본다면, 우리네들 처럼 그들이 과연 감동을 느낄 수가 있을까? 마찬가지로 우리가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에 관한 영화를 본다면 그네들이 느낀 감동을 과연 우리도 느낄 수가 있겠느냐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본적인 상식이 있어야지 이해가 되는 영화들이 있는 반면, 기본적인 상식이 없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그건 바로 인간의 기본적인 인간애, 휴머니즘을 강조한 영화들이다. 예를 들면, '천국의 아이들' 이런 영화는 북극에서 보나, 소말리아에서 보나, 어디에서 보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이다. 영화 '집결호'는 바로 그런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군과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한 전쟁영화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전쟁영화 이전에 가장 기본이 되는 정서는 전 세계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애, 휴머니즘이 기초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좋은 영화다. 남극에서 북극까지, 미국에서 세계 최빈국 국가인 미얀마까지 누구나 이 영화를 보고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메리트다.
잊혀져간 자신의 중대 47명의 명예회복을 위해 지독스러울 정도로 고집을 부리는 구즈디 중대장은, 진정 살아있는자,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의 의무가 무엇인지 온 몸으로 보여준다. 결국 잃어버린 47명의 명예를 되찾아주고 그들의 묘에다가 그들이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집결나팔을 두고 나오는 그 장면은 아마 중국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만한 그런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왼쪽에 담배물고 방탄헬멧 안쓰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 구즈디 중대장이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지금 지뢰를 밟고 있다. 그걸 보고 앞에 있는 미군이 놀리고 있다.
이 영화는 진지한 얘기를 하면서도 웃음의 미학을 잃지 않는다. 중간에 보면, 주인공이 한반도로 넘어와서 한국전쟁에 중공군으로 참전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나오는 미군은, 정말 우리에게 많은 웃음을 안겨준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된 '집결호'는, 중국영화의 위대한 발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팀이 기술진으로 참여한 이 영화는 전투씬도 꽤 멋있고 현실적이며, 무엇보다도 중국의 역사를 전혀 몰라도 이해할 수 있고 그리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다. 언제 한번 기회가 되면 또 보고 싶은 영화가 바로 이 '집결호'다.
사진출처 : 무비스트 http://www.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