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때는 1년에 한번씩은 J랑 답사를 다녔었다. 그때 전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전주한옥마을도 구경하고, 이것저것 보고 다녔다. 전주에 왔으니 전주비빔밥은 한번 먹어보자고 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유명한 회관에 먹으러 갔었다. 그런데 전주비빔밥이 한그릇에 15,000원이었다. 우리가 앉은 자리로 직원분께서 물잔도 갔다주셨는데, 메뉴판에 그 숫자만 보고 바로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하고 나왔다. 그때 그냥 나왔던 그 집이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계약이 끝나기 전에 한번 가서 먹어볼 생각이다. 아마 한옥마을 인근이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흘러나오는 뉴스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전국의 휘발유값이 전주와 비교하여 5% 인상하여 올해 최고가격을 경신했다는 뉴스였다. 아니, 전국의 휘발유 가격이 전주가 기준이었던가? 왜 휘발유가격을 전주와 비교할까? 전주가 유난히 휘발유가격이 비싼걸까? 아니면 싼걸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 저 전주가 내가 생각한 전주가 아니였구나 하고 깨달은 적이 있다. 뉴스에서 나온 전주는 前週였고, 내가 생각한 전주는 全州였다. 이후 뉴스에서 '전주대비'라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흠칫 놀라고 있다.
수원에서 전주로 오는 길은, 호남고속도로를 통해서 오게 되어있다. 논산에서 호남고속도로로 딱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왕복 8차선으로 이루어진 대형고속도로로 바뀌기 때문이다. 도로도 얼마나 좋은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달리다보면 최고속도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거의 뭐 한국의 아우토반이랄까. 몇 번이나 속도에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았던 적이 있다. 도로가 좋은걸까, 전라북도 지역이 우리나라에서 정말 드문 평지지역이라 그런걸까. 아마 두 조건 다 해당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항상 인생은 트루먼쇼가 아니다라는 모토로 살고 있기 때문에 전주로 온 첫째 주말에 근처에 있는 미륵사지를 가봤다. 그리고 느낌이 좋아서 그 다음주는 남도답사 1번지라는 월출산에 가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산에 간지라, 거의 반죽을뻔했다. 전국의 화강암은 모두 월출산에 모아놓은 듯 했고, 오랜만에 만난 강적에 위장이 흥분했는지 역류성 식도염을 뿜어내었다. 그래도 힘겹게 내려오니 등산의 맛을 다시 느껴버리고 말았다. 집으로 오자마자 바로 등산화를 샀고, 등산스틱을 샀다. 그리고 거의 매주 등산을 하고 있다. 여기 내려와 있는 기간동안 전라도의 모든 산은 다 등산할 계획을 잡고 있다. 2주 전에는 덕유산에 갔었는데, 등산하기 전날 비가 많이와서 그런지 등산로도 험했고, 내가 체력도 저질인 것도 있어서 중간에 돌아와야 했다. 내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덕유산에 리벤지하러 갈 계획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