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새벽 1시에 들어오신다. 쉬는 날은 한 달에 두 번. 말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한 음식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이다. 30대인 내가 해도 힘든 스케쥴인데 그걸 해내는 엄마의 노력과 수고로움과 몸이 성한데가 없는 것을 보고 있으면 항상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도와준다고 했지만 나의 도움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물론 그 고단함에는 보상이 따라온다. 권여사가 정말 고생 많이해서 돈을 버는데, 또래의 50대 여성보다 돈을 잘 번다는 소문이 나자 지인들로부터 다단계 판매가 너무 많이 들어왔다. 가게에 출근할 때마다 엄마는 새로운 업체의 다단계 카탈로그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이 너무 싫었다. 엄마가 너무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영양제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그래서 엄마보고 우리가 지금 무주택자이니 집을 한 채 사자고 권유를 했다. 옛날 어른들이 집을 한 채 구입을 하고 대출상환을 위해 생활비 아껴쓰고 그러다보면 집값이 올라가고 어느 정도의 부가 생기는 그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원의 크지 않은 20평 아파트를 하나 구입했다. 그 이후 내가 그토록 보기 싫어했던 다단계 카탈로그가 가게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집값이 오르는 것이었다. 1억 8천을 주고 산 아파트가 2억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엄마가 더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대출을 내더니, 집을 하나 더 구입하려고 했다. 두번째 집을 사는 것은 내가 극구 말렸다. 그런데도 엄마는 무조건 사야된다고 하더니 대출과 전세를 끼고 또 집을 샀다. 원래는 내 명의로 살려고 했다. 근데 내가 엄마가 하나 더 사는 건 엄마가 알아서 하는데, 내 명의를 쓰는 건 내가 못하겠다고 해서 엄마 명의로 하나를 더 샀다.
처음에 샀던 아파트는 지금 가격이 2배가 됐다. 그리고 두번째 산 아파트도 비슷한 가격이 됐다. 반대를 했던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엄마에게 세상물정 모르는 아들이 됐다.
오늘 아침에 오세훈이 고쿠민노치카라의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됐다고 하니 박수를 치고 있었다.
내가 엄마보고 그럴거면 민주당 탈당해라고 했다.
권여사가 한 건, 투기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