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기록물 제도라는 것이 있다. 민간의 기록물 중에서 국가적으로 영구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지정하여 관리하는 제도이다. 민간의 기록물이라 하더라도 그 보존가치가 높고 꾸준히 관리가 필요한 기록유산을 지정하여 국가의 공적관리를 강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1호 유진오 제헌헌법 초고에서 부터 제12호 3.1운동 관련 독립선언서류까지 총 12종의 국가지정기록물이 지정되어 있다. 해당 페이지에 방문해 보면 그 기록물을 설명하는 글이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는 곳에서 작성하여 올라와 있다. 그런데 맨 밑에 인상적인 글귀가 있다.
"※ 집필 내용은 국가기록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 글을 읽고 내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민간기록이고 민간기록을 보유한 소장처에서 작성한 글이라 하더라도, 그 기록을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한 곳은 국가기록원이고, 이런 것을 인터넷으로 소개하고 있는 곳도 국가기록원이다. 글이 많은 것도 아니다. 고작 12개이고, 하나하나의 페이지도 분량이 많지 않다. 기껏 해봐야 A4지로 한 5페이지 정도 될까?
당연히 국가기록원도 여기에 있는 12가지의 기록물을 지정했을 때의 뜻이 있을 것이고, 마음만 먹으면 이 글 정도 감수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글귀를 적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공감능력과 감수성이 중요하게 떠오르는 시대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국가기록원의 공식입장은 무엇일까?
난 그게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