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블리즈의 꽃, 케이양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 2월 4일 마지막 콘서트 후기입니다.
공연장을 나설때, 마치 온 몸이 오래된 의자처럼 삐걱거렸다. 수원으로 들어오면서 계속 불가마에 몸을 지지고 싶었다. 광교에는 사우나가 없다. 수원야구장 앞까지 가서 불가마 사우나에 몸을 지지고 탕에 몸을 늬었다.
러블리즈가 콘서트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매는 일단 했다. 그런데 갈까말까 계속 고민했다. 그냥 여러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관심이 떨어졌고, 가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오마이걸의 새 노래를 들었다. 비밀정원이라는 곡인데, 들을때마다 러블리즈의 비밀정원과 비밀여행이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쳐있었던 것 같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이쁜 애들이 나와서 들려주는 좋은 노래를 멍하니 듣고 싶었다. 그래서 가기로 했다.
지갑에서 이 표를 볼때마다 망설였다.
이번에는 다시 블루스퀘어였고, 1층 스탠딩으로 예매를 했다. 이번에는 저번과 같은 극도의 다리통증을 견디기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공연시간만 따지면 거의 3시간정도 되지만, 그 전에 입장해서 대기하는 시간이 1시간정도 된다. 그래서 앞쪽은 그냥 포기하고 대기시간에 밖에서 앉아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스탠딩 뒷쪽이었지만 3시간만 딱 서있으니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멤버들이 조금 멀리 있다는 것이고, 가끔 던져주는 선물을 받을 기대는 아예 접는게 좋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이 더 나았다.
이번 종소리 앨범에서 라이브로 듣고 싶었던 곡은 삼각형, 졸린 꿈, 비밀정원이었는데, 그 중 삼각형 라이브가 원곡만큼이나 좋았다. 졸린 꿈은 오히려 원곡보다 라이브버전이 더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울림에서 이제까지의 콘서트 버전을 집대성한 라이브앨범을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종소리는 원래부터 워낙 신나는 곡인지라 콘서트에서 만나니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뛰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러블리즈가 이지리스닝 계열은 많지만 파닥파닥 뛰게 만드는 신나는 노래는 따지고 보면 별로 없어서 종소리는 앞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트랙같았다. 오랜만에 들은 작별하나도 좋았던 것 같다. 겨울이니까. 아무래도 이런 노래가 끌린다.
가장 인상깊었던 무대는 JIN의 I(원곡: 태연) 솔로무대였다. 배경에 별이 떠있는 우주를 펼쳐놓고, 진이 혼자서 나는 나다는 내용의 노래를 외쳤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가 아주 강렬하게 느껴졌다. 진은 앵콜멘트에서 공연을 끝내서 후련하다는 마음이 크다고 하는데 그만큼 부담이 컸던 것 같다.
공연 전체적으로 보면 솔로 이전의 무대와 솔로 이후의 무대에서 차이가 있었는데, 듣기에 이후의 무대가 더 좋았다. 솔로무대의 부담감을 덜고 자신감있게 노래할때 더 멋있는 것 같았다. 아이의 노래가사처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좋은 무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머리 안잘라도 충분히 이쁘니까, 머리 안잘랐으면 좋겠다.
공연장 입구에서.
콘서트 가기 전날 밤에 두번째 콘서트 후기를 읽다가 벱솔이 했다는 말을 알게 되었다. 팬이 우리에게 상처가 될때가 있다 라고 한 대목이었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러면서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존재라 할지라도, 우리는 결국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시간이 흘러, 러블리즈가 더이상 러블리즈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을때가 올 수도 있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있을 수도 있고, 세계적인 디바가 되어있을 수도 있고, 또 작곡가 혹은 작사가로서 가요계에서 활약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남편이 되어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어있을 수도 있다. 그런때가 온다고 할지라도 러블리즈의 노래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노래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때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수는 멤버들이 여리다고 했다. 아직 어린 친구들이니까, 여러가지 안좋은 말들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한때나마 안좋은 감정을 가졌던게 미안했다. 선물을 멀리 던지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는데, 근력이 약한 여자는 언더스로로 던지면 오버스로보다 비거리가 조금 더 늘어나기도 한다. 다음에는 소프트볼선수처럼 언더스로로 부탁드린다. 미주는 역시 흥폭발 댄스머신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싸이가 뮤직비디오를 할때마다 여가수를 초청하는데 미주도 한번 불러줬으면 좋겠다. 진이 목소리가 치트키라면 미주는 피지컬이 치트키였다...(이하생략)
명은이와 비교했을때 지금보니 힐이 높긴 하다. 앞으로 편한거 신었으면 좋겠다.
작은수정이는 빵떡은 여전히 없었고 전보다 많이 말라보였다. 역시 맵고 짠걸 보내주어야... 생각하다가 안하기로 했다. 마른 모습도 좋지만 밥 좀 잘 챙겨먹었으면 좋겠다. 지애와 예인이는 워낙 이쁜 멤버라, 전에도 예뻤고 지금도 예뻤다. 앞으로도 계속 예쁘겠지. 지애는 영혼까지 끌어모은 허그미의 고음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뛰어노는 아름다운 돌고래와 마주한 느낌이었다. 농담이고, 지애가 관람차 파트와 비주얼 멤버라서 노래가 조금 평가절하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애도 노래도 괜찮았다. 그리고 예인이는 전날에 성인식을 했다고 한다... 못봐서 아쉬웠다.
더듬이 머리를 한 케이는 EDM 솔로무대(원곡: 빅뱅, 판타스틱 베이비)를 했는데, 콘서트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신났던 무대가 아닐까 싶었다. 근데 얘는 EDM을 해도 왜이리 귀여운 것일까. 자세히보니 머리가 너무 작았다. 요즘 작은 빵떡이라는 설이 있는 것 같은데, 머리가 너무 작아서 볼살이 조금만 올라도 확 티가 나는 것 같았다. 러블리즈 히트곡들을 EDM형태로 편곡해서 정말 흥 대폭발하는 무대를 꾸며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어제처럼 굿나잇 에서의 케이는 정말이지... 앞으로도 계속 의자에 앉아 어굿나를 부르는 케이가 생각날 것 같다.
그대에게 무대에서 케이가 넘어져서 크게 다쳤다. 그 다음 곡인 안녕은 케이가 의자에 앉고 7명이서 안무를 소화했는데, 자꾸 안녕의 뮤직비디오가 생각났다. 러블리즈의 뮤직비디오 중에서 유일하게 7명이 나온 뮤직비디오가 바로 안녕이다. 나는 정말 이 '안녕'이란 노래를 좋아하지만 이쯤되면 안녕이란 곡은 정말 하지 않는게 나은 것 같다.
엔딩막이 내려오고, 다친 케이의 곁으로 멤버가 모였다.
탕속에서 지난 3시간을 떠올리며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새 힘 얻었네.
좋은 노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