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7월 29일(토)에 있었던 첫날 공연 후기입니다.
그러니까 시작은 2015년 5월이었다. S군이 보내준 움짤을 보고 러블리즈란 그룹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안녕'이란 곡으로 활동할 때였는데, 곡을 듣고 의외로 좋아서 그후로 러블리즈 영상을 찾아서 보게 되었다. 캔디젤리러브, 어제처럼 굿나잇 같은 곡들을 찾아서 들었고 회사에서 점심시간이면 러블리즈 다이어리 같은 영상을 찾아서 보았다. 그때 친구들이 카톡이나 메시지를 보내면 항상 '식후엔 러블리즈'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다가 서울에서 팬미팅 겸 미니콘서트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갈까 고민하다가 30대인데 아이돌 콘서트 가기에는 좀 그래서 하지 않았다. 그리고 1시간만에 팬미팅 티켓이 다 매진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한참후에 책사러 YES24 사이트 들어갔다가 생각나서 검색을 해봤더니 2층 좌석에 취소표가 있었다. 그걸보고 3초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예매를 했다.
예매를 하고 나서도 한참을 고민했다. 나 혼자 가기 뻘쭘하지 않을까. 사회적으로 시선이 좀 안좋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일단 가보고 후회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12월 5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공연장을 찾아갔고 그 이후 난 흔한 아재리너스가 되었다.올림픽홀 입구에 있던 왕관
이번이 3번째 콘서트였다. 아마 이번 공연장이 제일 큰 공연장일지 싶다. 좌석은 2층 사이드석을 빼고는 거의 전석이 가득차 있었다. 전에 '겨울나라의 러블리즈' 콘서트 후기를 남기면서 어떤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는 그 벽의 8부정도는 올라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이지만 음악프로 1위를 했다. 남자아이돌이 점령한 차트에서 이정도 소득을 냈다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의 성과다.
저번 콘서트는 스탠딩석이었지만 이번 콘서트는 중앙 1층 좌석을 예매할 수 있었다. 일단 몸이 편하니 감동이 두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메인무대는 조금 멀었지만 돌출무대에서는 멤버들 얼굴까지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특히 써클에서는 무대가 통째로 공중으로 올라왔는데 그때는 멤버들의 눈높이와 높이가 맞아져서 멤버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선곡은 이번 WOW앨범 수록곡 위주였다. 저번 '겨울나라의 러블리즈'에서 거의 대부분의 곡을 커버했기에 그렇게 아쉬운 구성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WOW앨범에서 새벽별, THE, 까메오를 가장 좋아했는데 그 무대를 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새벽별은 소녀시대 2집의 별별별에 버금간다는 생각이다.) 그 외 가장 좋았던 무대는 화음을 절정까지 쌓았던 써클, 케이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던 어제처럼 굿나잇이었다.
총평을 하자면, 데뷔 4년차 걸그룹으로서 단순히 곡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것을 넘어서 관객들과 소통하며 능숙하게 3시간동안 콘서트를 리딩했다는 점에서 크게 성장한 측면을 느낄 수 있었다.
첫번째 콘서트였던 '러블리데이'에서는 그룹활동 전 솔로곡과 다른 가수의 커버곡을 위주로 콘서트를 꾸몄고 그를 통해 러블리즈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두번째 콘서트였던 '겨울나라의 러블리즈'는 발표곡들을 안정적으로 소화함으로서 러블리즈의 실력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콘서트에서는 좀더 과감한 애드립과 능숙해진 관객유도로 좀 더 관객이 콘서트에 몰입할 수 있었다. 러블리즈의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콘서트였다는 생각이다.
공연시작 전. 큰 공연장이 팬들로 가득차 있다.
기억은 항상 이미지로 남는다. 맨처음 '러블리데이'에서는 너는없다 를 불렀던 진의 모습이 남아있다. '겨울나라의 러블리즈'에서는 캔젤럽만 들으면 울음이 나온다는 지수의 모습과 흑발 지애의 관람차로 남아있었다면 이번 콘서트는 마지막 앵콜곡이었던 어제처럼굿나잇 에서 케이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하룻밤만 안녕
내일은 다 괜찮을 거야
다신 안 볼 사람들 하는 그 안녕이
아닌 걸지도 몰라
이 부분이었는데, 케이의 그 모습은 정말 하룻밤만 안녕이라고 하는 인사가 되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오늘 콘서트는 끝났지만 내일 콘서트에서는 볼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이후에도 다신 안 볼 사람들이 하는 안녕이 아니라 반가워서 안녕이라고 인사할 수 있기를 바랬기 때문일까. 아직도 그 표정이 자꾸 생각난다. 앞으로 계속 이 콘서트를 떠올릴때면 케이의 그 노래와 모습이 생각날 것 같다.
지애는 우리가 언젠가 더이상 러블리즈의 팬을 하지 않게 될때가 왔을때 러블리즈의 팬이었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원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수정이는 빵떡이 없어졌다. 요새 맵고 짠거를 잘 안먹는 모양이다. 맵고 짠거 보낼까 3초 고민하다가 안보내기로 했다. 미주와 예인은 THE에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줬다. 허리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그룹이 섹시, 걸크러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수는 더 예뻐졌다. 지애가 피아노 반주를 한 나의 연인 무대에서 라이브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지애는 피아노 반주를 보여줬는데 훌륭한 무대였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서 그동안 음악적인 모습을 많이 못 보여줬는데 이번 콘서트에서 칼을 갈고 보여준 듯한 느낌이었다. (지애가 칼을 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무서워졌다....) 벱솔은 서클과 새벽별의 모습이 기억이 남는데 다른 멤버가 화려한 파트를 맡아서 주목받는 동안 단단하게 곡을 뒷받침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리더로서 팀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러블리즈가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
진은 노래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모습에서 여유가 생긴 모습이 보기 좋았다. 조금 더 성숙해졌다라고나 할까. 데뷔 4년차 그룹의 메인보컬인만큼 그 여유가 듣는 사람에게 더 안정감을 주었던 것 같다. 케이는 이 콘서트 최고의 이미지를 남겨준 멤버였고, 단순히 애교만 아니라 애절함으로도 기억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것이 좋았던 콘서트였다고 생각했다. 3시간이 어찌 지나갔나 모를만큼 즐거운 기억이었다. 앞으로도 좋은 콘서트를 많이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