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시리즈를 볼때마다 저 개인적으로 매우 속이 쓰렸습니다. 왜냐하면 저 자리가 바로 엔씨의 자리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 씁쓸하네요.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나성범의 투수기용에 대해서 여러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불암콩콩코믹스에서 포스트시즌의 경기가 축제일수도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렇습니다. 당시 상황을 다시 복기해보면 말이죠. 이미 8회말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후 승부의 추는 사실상 두산에게 기울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성범이 9회초에 등판한 것은 감독입장에서 이미 진 게임이고 그렇다면 축제로라도 상황을 바꾸어보자 라고 판단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 다음 공격에서 무기력하게 끝나서 그렇지 실제로는 상당부분 분위기 전환도 되었다고 봅니다. 아마 다음 시즌을 위한 포석이 아니었을까요.
이제 한국시리즈를 이야기해봤으면 합니다. 역시나 삼성에서 도박파문으로 빠진 윤 안 임의 빈자리가 컸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력이 이렇게 4승 1패로 완패할 정도로 약한가 하면 그건 또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삼성이 4연패를 달성하고 5연패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윤 안 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윤 안 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뎁스가 두터운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의 그 두터운 뎁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그건 아무래도 멘탈적인 문제를 지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두산 선수들은 윤 안 임 빠졌으니 압도적인 선수는 없다. 따라서 한번 게임을 해볼만 하다 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아요. 시리즈 기간내내 두산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으니깐요. 반면 삼성은 뭔가 안풀린다는 표정을 많이 했어요. 실제적으로도 그런 게임을 했었구요. 기세싸움에서 삼성이 졌고 실력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시리즈의 향방은 두산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삼성의 패인은 윤 안 임의 부재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만큼 시리즈에 나서는 팀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다 라는 측면이라고 봅니다. 윤 안 임의 제외를 공식화하고 팀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만약에 삼성이 도박의혹이 처음 제기되었던 시점에서 이 선수들의 제외를 공식화하고 시리즈를 준비했더라면 시리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 생각에 적어도 이렇게 무기력하게 삼성이 무너지지는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두산의 네번째 우승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번 도박 사태를 계기로 FA 대박계약을 터트린 야구선수들의 사회적 기여에 대해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섰으면 합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 열심히 일해도 벌 수 없는 돈을 계약 한번으로 만지는 야구선수들이 자기가 받은 돈을 도박으로 탕진한다면 그만큼 사회적인 분열은 심화될 것입니다.
많은 돈과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는 그 만큼의 많은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