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있을때였다. 공장이 목천읍 천정리였는데 공장밖에는 밭만 있었던 시골이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일요일에 교회를 가야겠다 싶어서 천정리에 있는 시골교회를 갔었는데 예배는 괜찮았으나 청년들이 없어서 너무 심심했다. 한 두어번 그렇게 예배를 드리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천안에서 청년부가 제일 큰 교회를 갔는데 가는길이 참 멀었다. 버스를 타고 터미널까지 가서 거기서 갈아타서 가야했다. (천안은 허브 앤 스포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전형적인 도시다. 야우리까지만 가면 거기서 천안 전역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몇번 왔다갔다 했더니 부모님께서 차를 사주셨다. 좋은 차는 아니고 99년식 오토 마티즈. 연식은 오래되었어도 7만킬로만 뛴 싱싱한 엔진이 매력적인 차였다. 사실 그전에 그랑블루의 영향으로 장르노가 타고다니던 그 경차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부분도 있었서 난 경차도 괜찮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차를 타고 다녔는데 나는 정말 이 차를 사랑했다. 애칭도 있었다. 황금마탱이99. 전에 모시던 MC부장님께서는 황금마티즈가 아니라 똥마티즈라고 하셨지만 누가뭐래도 나는 정말 이 차를 사랑했다. 정말이다. 그런데 한번은 차 사고가 나서 렌트카를 타게 되었는데 렌트회사에서 스파크나 모닝이 아니라 K3를 렌트해줬다. K3를 한 일주일간 타게 되었는데 그 차를 타면서 처음으로 차를 한번 바꿔볼까 생각도 해봤다. 회사에서 크루즈는 운전을 많이 하면서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K3는 바꾸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난 마티즈가 좋았다. 정이든 것도 있고 내 첫 차였으니까. 그러다가 부모님이 계신 수원에 갈려고 마티즈를 끌고 간 적이 한번 있었는데, 엔진도 좋았고 시트도 좋았고 라디오도 좋았는데 제일 안좋았던 건 바람소리였다. 차를 살때는 이렇게 바람소리가 크게 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순간 보니 바람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고속주행할때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도착한 수원에서 어머니께 엄마, 차가 마티즈니까 여자가 안꼬여요 했더니 어머니께서 자기가 쓰던 차를 내어 주셨다. 그래서 SM3 득템.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잘된 그런 차였다. 불효자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는 얼마전에 아반떼로 차종을 바꾸셨다. 즉 SM3는 잉여였던 셈.
그렇게 SM3를 받아왔고 한동안 아파트에 주차되어 있던 마티즈를 어제게 중고상에게 가서 팔았다. 2년동안 잘 탄 차인데 그래도 보내는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계기판 사진 한장 찍었다.
나의 황금 마탱이99야. 새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사렴.
잘가. 드라이버를 성장시켜준 느리지만 착한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