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박찬욱감독의 올드보이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박찬욱 감독,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중학교때 보고 감동먹었었죠. 작년에는 올드보이보고 여전히 감동했구요.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비디오나 빌려보자는 마음으로 비디오집에 가서 비디오를 고르다가 박찬욱감독이 갑자기 생각났죠. 그래서 복수는 나의 것을 안봤는데, 이참에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빌려왔습니다. 아줌마가 그 비디오 잔인하다고 말하길래, 속으로 조금 뜨끔했죠. (잔인한 걸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복수는 나의 것은 처절한 복수극얘기입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정말로 처절한 복수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복수를 따라다닙니다. 이 복수라는 주제는 다음 영화인 올드보이에서도 이어집니다.
착하게 살아온 주인공은 자신을 망가뜨리는 큰 사건을 만나게 됩니다. 그 사건을 겪은 주인공은 극복하는 수단으로 복수를 생각하죠. 그리고 그 복수의 끝에 자기는 또다른 복수에 얽매여져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렇게 착하게 살아온 주인공이 생각할 수 있는 수단을 꼭 복수로 밖에 할 수 없었는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닌지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현란한 카메라 워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두드러지는 배경음악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배경음악이 삽입되어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장면도 배경음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이 약간 지루했죠. 저희 아버지는 바로 주무시더라구요. 저도 잠이 약간 올 뻔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감독이 노렸던 점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카메라가 아니라, 고정된 카메라속에서 사방으로 움직이는 주인공, 아무런 소리없이 정적만이 흐르는 음향. 이런 점들이 맞물려서 복수라는 무거운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성공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줌마가 잔인하다고 했는데, 맨끝에 아킬레스건 절단장면을 빼고는 별로 잔인하다고 생각한 장면이 없는 거 같습니다. (요즘 이렇게 사실적인 표현을 주로하는 영화들이 부쩍 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확실히 올드보이나 공동경비구역 JSA보다 재미는 없습니다. 약간 지루하고, 난해한 면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자막도 빨리 지나가버려, 더욱 영화를 난해하게 만들죠. (극중 신하균은 청각장애로 나옵니다. 그래서 신하균의 대사장면은 자막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에 대해 찬찬히 알고 싶으신 분은 이 영화를 보는게 좋을 듯하네요. 박찬욱 감독이 대중지향적인 흥행영화에서 하지 못하는 얘기를 이런 영화에서 하는 것 같으니깐요. 또, 이 영화에서 주로 다루었던 복수라는 주제를 올드보이와 또 준비하고 있다는 박찬욱감독의 신작으로까지 이어집니다. 그걸 알고싶으신 분은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복수의 끝. 그 끝은 아무것도 없었죠. 피비린내나는 여덟구의 시체만이 그 치열한 복수극의 존재를 가르쳐 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