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올해도 삼성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정규시즌 1위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저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한국시리즈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시리즈는 누가봐도 예측이 가능한 시리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플레이오프제로 포스트시즌이 치뤄진 지가 24년째인데요, 그 가운데에서 플레이오프로 올라와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적이 몇 번 있을까요? 정확히 두번 있습니다. 1992년의 롯데와 2001년의 두산이죠. 그 두번을 빼놓고서는 정규시즌 1위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왔습니다. 양대리그로 치뤄진 1999년과 2000년을 빼더라도 22번중에 20번을 정규시즌 우승팀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시리즈는 지구상의 어떤 시리즈보다도 가장 예측이 가능하고 흥미도가 떨어지는 시리즈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거기다가 2001년의 두산을 빼놓고는 11년째 플레이오프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더 암울한 것은 말이죠, 앞으로도 우승할 확률이 낮다는 겁니다.
김성근의 벌떼야구 이후로 한국시리즈 우승 파해법을 정규시즌 1위팀이 찾아낸 것 같거든요. 불펜의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서 한타이밍 빠른 교체로 불펜소모전 양상으로 경기를 이끌어내고 그렇게 되면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불펜을 소모하고 올라온 팀들은 당연히 한국시리즈 직행팀보다 불펜싸움에서 밀릴 수 밖에 없게 되거든요.
이런 식의 파해법을 알고 있는 한국시리즈 직행팀은 당연히 한국시리즈에서 계속해서 이 전술을 쓰겠죠. 그러면 앞으로도 플레이오프에서 올라온 팀은 승산이 없는 겁니다. 사람이 로봇도 아닐지언정 분명히 인간적 한계는 존재하거든요.(설령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하더라도 야구 1년하고 말것도 아니잖아요? 탈나면 누가 책임지나요? 거기다가 현대야구에서 한 선수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과 같은 한국시리즈 방식으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재미없고 예측가능한 시리즈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뭔가 방식을 바꾸어야 해요. 정규시즌 1위와 4위팀하고 붙고 2위와 3위팀하고 붙어서 승자끼리 한국시리즈를 하든, 정규시즌과는 별개로 축구처럼 FA컵같은 토너먼트를 하든 지금과 같은 한국시리즈는 정말 재미없고 흥미도도 떨어집니다.
흔히 지금의 포스트시즌 제도를 찬성하는 측의 논리로 정규시즌 1위에 대한 어드밴티지를 높이기 위해 지금과 같은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그 논리대로라면 3위의 어드밴티지도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제도로서는 3위나 4위나 사실상 차이가 없잖아요.
같은 무대에 올라온 팀으로 선정이 되었다면 그 선위에서는 동일한 출발선에서 출발하는 것을 보장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분명히 1위팀하고 4위팀하고 다른 이점을 줄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명목상의 기회를 주어져놓고 난 기회를 주었는데 니가 못한거야 하고 말하는 방법 말고 말입니다.
그냥 당장 생각해봐도 포스트시즌 진출 네개 팀한테 차등적으로 엔트리를 주는 방법이 생각나는 군요. 1위팀이 4위팀보다 엔트리에 3명을 더 주구요, 2위는 2명, 3위는 1명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토너먼트는 1위팀하고 4위팀하고 하게 하고 2위팀하고 3위팀하고 하게 해서 승자끼리 한국시리즈를 하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을까요?
저의 짧은 생각으로 이정도까지 생각을 했다면 야구도사분들께서 머리를 맞대시면 얼마나 한국시리즈를 재미있게 만들 방안이 나올까요? 협회 여러분들, 좀 한국시리즈 재밌게 만들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