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봤는데, 왜 영화가 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마케팅의 패배가 아닐까 싶다. 마침 롯데에서 제작했던 투혼이랑도 개봉이 겹치면서 롯데에서 홍보를 도와준 것도 아니었을테고, 기아측에서는 해태 마크가 전면에 나오니까 구단측에서도 홍보해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선동열감독이라도 당시에 기아감독으로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선동열감독도 기아에 있던 것이 아니여서 기아입장에서 퍼펙트 게임을 많이 홍보해주기는 좀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영화는 잘 만들었다. 진지한 다큐영화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주 잘만든, 재미있고 감동적인 상업영화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존재감을 한껏 과시한 조진웅씨가 여기서도 감초연기를 잘 보여준다. 김용철과 최동원이 벌이는 갈등은 이 영화에서 주된 긴장이자 해소됨으로 말미암아 더 큰 감동을 안겨주는 장치로서 등장한다. 조승우라는 명배우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 오히려 더 우월한 연기를 보여준 조진웅씨의 위대한 승리다.
영화의 진주인공은 최동원이다. 전성기가 한참 지난 몸으로 팀내에서도 갈등이 있는 속에서도 독고다이로 멋진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큰 감동을 만들어낸다. 맨 첫부분에서 손가락이 터져서 갈라지자 그 부분을 순간접착제로 붙이고 공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에 말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김용철과 최동원과의 관계는 허구라고 한다. 둘이 오히려 사이가 좋았다고. 그러니 감독이 둘을 사이가 안좋은 걸로 묘사했을지도 모르겠다. 진짜 관계가 안좋으면 영화속에서 진짜 관계가 안좋게 묘사하기가 더 불편하지 않을까. 오히려 많이 불편한 친구에게는 농담도 장난도 치기가 쉽지 않다. 편하고 친한 친구에게나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칠 수 있는 것이지. 김용철과 최동원 사이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어쨌든 좋은 영화다. 평점은 10점 만점에 7점. 마지막 엔딩 장면이 조금 작위적인 부분이 있어서 8점은 안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