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볼려고 했더니, 내려가는 속도가 광속이라서 한번 보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던 영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컴퓨터로 봤는데, 영화는 괜찮았다. 왜 이렇게 홍문연 이야기가 많이 나오나 싶었더니 원제는 초한지가 아니라 홍문연이었다. 위에 있는 중국포스터에도 '홍문연'이라고 딱 적혀 있다.
원제인 '홍문연'을 중심으로 이 영화를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놀랍도록 잘 만든 영화다. 홍문연이 끝나고 나서 후반 30분 정도는 정말 집중도가 확 떨어지고, 항우가 왜 그렇게 빨리 죽는지 이해할 수가 없지만, 홍문연까지는 정말 잘 만들었다. 거의 평점 9점을 줄 수 있을 정도다.
차라리 이럴거면 홍문연 이야기만 집중해서 1시간 30분정도 만들면 안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드는데... 홍문연 이야기만 가지고 영화 속 분량까지 채운것만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책이나 만화를 보면 홍문연 이야기는 별 것 없다. 범증이 유방을 죽일려고 하는데 결국 못 죽인다는 이야기가 바로 홍문연 이야기다. 그러니 여기에다가 쓸데없는 살을 더 붙일려다가 제 2의 적벽대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추측이 된다.
그러니 홍문연 하나가지고 영화 다 만들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홍문연을 한없이 늘리려니 영화가 굉장히 지루해질 것 같고, 그러니 맨끝에 사면초가까지를 보여준 거다. 홍문연이 끝난 다음에 갑자기 전개가 뜬금없어져서 조금 아쉽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이해가 안가는 측면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잘만든 영화다. 끈적거리는 홍문연 장면은 정말 잘만들었고 그 이후에 전개가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그렇게 이해못할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중국대작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유덕화를 볼 수 없다는 것에서 난 매우 기뻤다. 왠지 유방이 잘 어울리는 여명도 꽤 호연. 절대간지 한신에게도 박수, 진주인공 장량과 범증에게도 또 한번 박수. 어쨌든 평점은 10점 만점에 7점 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