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영화관에 왔는데, 딱히 보고 싶은건 없었던지라... 대충 제일 먼저 하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대충 시간을 보니 다들 1시간 이상 남았고, 그나마 제일 시간이 가까웠던 건 이 영화, 고양이춤이었다.
조금 시간을 기다렸다가 상영관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정말 아무도 없었다. 상영관 자체가 큰 공간은 아니었지만, 정말 아무도 없고 나혼자 덜렁 있으니 진짜 썰렁하긴 하더라. 그래도 마치 이 영화관을 나 혼자 전세낸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는데, 좀 있다가 보니 한 커플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커플하고 나. 총 세명이서 이 영화를 봤다.
영화는 길에서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에 대한 내용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시인하나가 우연히 길고양이에 대해서 관심이 생겨서 그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책을 한 권 썼고, 그 책을 우연히 읽게된 CF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두가지 시선으로 진행된다. 책을 쓴 작가의 시선, 그리고 영화를 만든 CF감독의 시선. 작가의 시선은 작가의 나레이션과 작가의 사진들로 진행되고, 감독의 시선은 감독의 나레이션과 감독의 동영상으로 진행된다.
전에 한번 고양이가 다리가 다친채 절둑거리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뭔가 연민을 느끼게는 되었지만, 여러가지로 신경을 많이 써야할것 같아서 그냥 지나친 적이 있었다. 그때 그저 이런 짐작을 하긴 했다. 저 고양이가 어딘가의 덫에 치인거겠지 하고 말이다. 근데 영화를 보면서 내가 봤던 그 고양이와 똑같이 절둑거리는 고양이를 보았고, 그 고양이가 왜 다쳤는지 알게 되었다. 이른바 로드킬. 차에 치여서 그렇게 절둑거렸던 것이다.
고양이는 우리 주위에서 참 찾기 쉬운 동물이다. 더구나 우리집은 단독주택이라 참 고양이를 많이 볼 수 있다. 저번에는 짐을 나르다가 창문이 깨졌던 적이 있었는데, 한동안 신경쓸 겨를이 없어서 창문을 새로 해놓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한 2~3일정도 그랬던거 같은데,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소파에 고양이 한마리가 자고 있었다. 그것도 소파근처에 있던 티셔츠 하나를 딱 덮은채 말이었다.
좀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계속 자게 내버려두었는데, 고양이가 사람이 있는걸 눈치챘는지 화들짝 깼었다. 나랑 딱 눈이 마주쳤는데 내가 그냥 가만히 있자, 몸을 부르르 떨더니 들어온 창문쪽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 이후에 우리집은 창문을 해넣었고 고양이는 다시 우리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그 고양이가 다시 생각났다. 어딘가에서 잘 살아있겠지? 만약 지금 그 고양이가 살아있지 않는다면 왠지 좀 씁쓸할거 같다. 저 일은 작년에 일어난 일이다.
P.S. 아 영화 평점은 10점만점에 9점입니다. 전체적으로 잔잔하면서도 감동이 있네요. 아직 안보셨다면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