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파이란 비디오를 샀었다. 알바끝나고 집에 오는데 비디오 가게가 망했길래 들어가서 보니 파이란이 있길래 덥썩 물어버린 것. 파이란은 예전에 고등학교때 보고 너무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비디오로 덥썩 사버렸다.
파이란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다. 한 사람은 정말 순수하고 여린 영혼을 가졌지만, 그와는 반대로 정말 타락하고 더러운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다. 다른 한 사람은 그와 마찬가지로 정말 순수하고 여린 영혼을 가졌고, 그에 맞는 착하고 아름다운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물론 외모도 아름답다.
그 둘은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은 성공할 수 없는 사랑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할때,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사랑을 알지 못했고, 반대편 사람이 그 사랑을 깨닫기 시작하고 자신도 그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을때, 그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있는 사람이 아니였다. 결국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임을 알기에 그는 마지막 죽임을 당하는 순간 저항하기를 거부하고 그의 모습을 일초라도 더보기 위해 노력한다. 이루어지지 못한 슬픈 사랑이기에 극한 감정을 이끌어 내는 부분이다.
억지로 강한 척 하며, 가래침을 찍찍 뱉고 욕찌꺼리를 하지만 착하고 여린 영혼을 가진 삼류 양아치는 정말 순백과 같은 천사를 만난다. 그에게 그 천사는 모든 허물을 용서하고 다시 시작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하지만 그 양아치는 그 기회를 놓쳐버리고는 결국 극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중간에 최민식 분이 공형진 분과 함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그는 공형진에게 마구 욕을 한다. 하지만 그 욕은 절대 공형진에게 하는 욕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욕이다. 그 장면을 나는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그 장면은 그에게 좀더 일찍 찾아온 기회를 놓친 자기 자신에게 하는 욕이다. 그가 그걸 진작 일찍 알았다면 이 영화의 극한 결말은 나오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사랑은 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 억지로 다른 모양새의 탈을 쓰고 있었도 그건 가면일뿐 진짜 얼굴이 될 수 없다. 그 가면으로 진짜 얼굴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사랑은 그 가면을 벗기는 것이다. 감독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삼류양아치의 가면을 쓰고 있던 천사는 다른 천사를 사랑함으로써 가면을 벗고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을 찾지만, 안타깝게도 시기를 너무 놓쳐버리고 말았다.
여주인공의 이름은 파이란. 한문이 白蘭(백란) 이다. 풀이해 보면 하얀 난초꽃이라는 뜻이다. 삼류양아치의 탈을 쓴채 살아가던 천사를 구해주러 온 천사의 이름으로써 너무나 어울리는 이름이다. 온갖 네온싸인이 번쩍 거리고 만취된 사람들이 비틀비틀 돌아다니는 도시의 한 거리에서 찾은 하얀 난초꽃은 사람들에게 구원을 안겨준다. 파이란은 그렇게 살다가 간 천사였던 것이다. 삼류양아치처럼 살아가던 천사를 구원해준 그런 천사였다.
삼류양아치의 가면을 쓴채 살아가던 천사와 그를 사랑했고 구원했던 또다른 천사의 이야기. 그 둘의 이야기가 바로 파이란이다.
바다소리가 들립니다. 강재씨도 들립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