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2010』 조정래 지음 / 문학의 문학
이 책을 다 보고 난 후에 난 이런 의문에 직면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 얘기를 결말을 짓지 않은 것일까. 조정래씨가 이 책의 후속작을 위해서 무리수를 둔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 끝냈을까.
여러차례 생각한 끝에 도달한 결론은, 이 이야기 자체가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조정래씨가 소설을 마무리 지을 수 없던 것이었다. 등장인물은 심판을 받지 않고 그냥 넘어갔고 그래서 또 어딘가 살아가면서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이것이 조정래씨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엄밀한 메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알면서도 넘어가고 아니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 사이, 일광그룹이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는 것을 본 다른 그룹들도 다 일광처럼 될거라는 엄중한 경고 말이다.
정직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들이 되려 처벌받고, 온갖 로비하면서 불법적으로 기업을 운영한 기업가들은 처벌받지 않는 세상이 된다면. 이 세상 모든 기업가들은 불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려 할 것이다. 아직 이 세상 모든 기업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가 그냥 방관하고 있는 사이에 모든 기업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조정래씨는 아마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것일테다.
그래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못했던 것일테다. 이미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