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화랑초등학교에 나가서 걸으면서 라디오를 듣고 하는데, 주로 듣는 것은 팟캐스트로 올라온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이다. 프로그램 자체는 굉장히 유익한데, 어떨때는 조금 어려운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한번씩 들을때마다 감탄하게끔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오늘도 또 하나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living charity"라는 거였다.
하스브로라는 미국 2위 완구업체의 사장이 죽으면서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물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굉장히 의아해 했다. 왜냐하면 그 사장은 평소에 사회적 자선활동을 활발히 해왔던 사람이고, 이웃에 대해 무언가를 제공하고 관심을 가지는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해왔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죽으면서 자식들에게 기부는 살아있을 때 하는 것이지, 죽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자기가 죽으면서 기부할 수도 있지만, 그랬을 경우에 돈이 정작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쓰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재단에 기부하거나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식들에게 상속했던 것이다.
확실히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기부하는 당사자가 죽고 나면 아무래도 그 돈을 쓰는 사람들은 감시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돈을 함부로 낭비할 수도 있다. 거기다가 상황은 계속 변하는데 기부하는 사람은 죽고 없기 때문에 돈이 꼭 필요한 곳에는 가지 못하고 다른 곳에 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장은 자식들을 믿고 그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게끔 만들게 하려고 그렇게 재산을 남겨주고 떠난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아이들에게 남긴 말이 또 인상적이었는데, 기부는 다음에 돈을 벌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을 때 바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흔히들 기부하라고 하면 다음에 돈을 많이 벌어서 하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건 틀렸다는 말이라는 거다. 왜냐하면 다음에 돈을 벌어서 기부해야지 하는 맘을 먹고 있는 그 순간에도 이 지구상에는 굶어서 죽어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한테 필요한 것은 작은 자금이라도 긴급하고 신속한 지원이지 나중에 오는 돈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정말 경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 기름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데, 그것은 중동에서의 정세가 굉장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중동의 정세불안을 가져오는 것은 바로 중동지역에서의 민주화 운동인데, 그네들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 운동이 필요하지만 또 일각에서는 신흥국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그네들의 민주화는 차라리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시선도 있다.
나 혼자만을 생각해서라면 그 사람들이 민주화를 하든 왕정을 하든 독재를 하든 기름값만 잘 유지하면 된다는 것이 이른바 경제라는 동물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씁쓸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위와 같은 따뜻한 얘기가 있어서 희망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들어진 틀도 중요하지만 그 틀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쓰는가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밤에 걷다가
- 2011.02.25 00:05
- 일상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