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Inception)』(2010)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 이 글은 부산영락교회 청년회지 오후네시 8호에 수록된 글입니다.
꿈이라는 공간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공간이다. 꿈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음대로 세상을 창조할 수 있고, 또한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얼마든지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를 괴롭히는 대머리 직장상사 머리위에다가 자장소스를 붓는 일 같은 것이나, 아니면 유명한 연예인과 데이트를 하는 일 같은 거 말이다. 현실 속에서는 어떤 사회적 제약이나 아니면 한계들 때문에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을 꿈속에서는 얼마든지 마음껏 할 수가 있다. 어떤 심리학자는 그 꿈이라는 것이 우리의 숨겨진 욕망의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는데, 우리는 꿈을 통해서 우리의 숨겨진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 이지아란 연예인과 데이트를 하는 꿈을 꾼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의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깨고 나서의 씁쓸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엄청난 것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을 훔쳐봄으로서 기업의 정보 같은 것을 빼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영화가 하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그 사람의 꿈속에서 무의식에 영향을 미칠 만한 어떤 행동을 함으로서 실제 현실에서 그 사람의 생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재미있는 상업영화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답게 관객들로 하여금 상당히 머리를 아프게 하는 내용도 다소 들어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어떤 감독인가. 바로 배트맨 다크나이트와 메멘토를 만들었던 감독이다. 상업영화를 만들지만 어떤 메시지를 집어넣어서 작가주의적 색채를 뛰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의 주특기이다. 그 바람에 관객들과 평단으로부터 모두 좋은 평가를 듣는 것이 바로 그의 작품인데, 이 인셉션도 이제까지의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꿈속의 꿈이라는 복잡한 다층 구조의 꿈을 등장시킴으로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그와 동시에 관객들에게 두뇌를 쓰는 유희를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꿈속의 공간이기 때문에 한계가 없이 드러나는 훌륭한 CG는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 가지 흠이라면 공간의 재창조라는 측면에서 매트릭스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매트릭스와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마지막에 약간의 반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만약 그게 멈추지 않는다면? 아……. 또다시 머리가 복작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결론에 대해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나는 이 영화 자체가 감독이 관객들의 머릿속에 시행하는 거대한 ‘인셉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게 뭐지? 하면서 영화에 대해서 몇 번 생각해보고, 인터넷에서 인셉션이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생각을 통해서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뭐 굳이 마지막 결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그것’이 멈추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얘기를 하면 스포일러가 드러나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할 수 없지만, 그렇게 보는 게 제일 적당하고 일반적인 결론이 아닐까 싶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또 머리가 살포시 복잡해지는데, 영화가 단순한 영화를 뛰어넘어서 하나의 거대한 음모론적인 담론이 될 수도 있으며, 이 영화는 이 영화를 뛰어넘어서 매트릭스의 영역, 그걸 넘어서 에반게리온의 영역에까지 들어갈 수 있는 영화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왔음에도 머리가 복잡해지고, 수많은 의문증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지만 이 영화가 사랑받는 것은 요즘 관객들에게 통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빠른 전개와 복잡하고 모호하지만 또 어떻게 해서든 해석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세련된 연출은 이 영화가 가진 멋진 장점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 영화가 속편이 만들어 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inception 이란 단어 자체가 시작, 발단이라는 뜻을 품고 있으며 꿈이라는 소재가 이번 영화 한편으로 마무리 짓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꿈에 접속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좋은 소재를 이 영화 한편으로 마무리 짓는 것은 조금 힘들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음 작품이 될 배트맨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와 그리고 이 인셉션의 후속작을 살포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