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간단히 영화나 한편 볼까 싶어서 고른 영화가 바로 이 영화, 그린마일이었다. 내용자체는 그닥 어렵지도 않고 이해하기 쉬운 휴먼드라마였으나, 분량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서 조금 당황했었다. 무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영화였으니, 중간에는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있었고, 요즘 부쩍이나 똥줄타는 스릴러와 느와르를 많이 본 나로서는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졌다. 근데, 아무 생각없이 보다보니까 맨끝에 짠한 그런 맛이 있긴 있더라.
결론을 내리자면, 위대한 위인의 삶은 그 자체로 보자면 참 불행한 삶일 수도 있다는 거다. 덩치 큰 멀대가 가지고 있었던 수많은 상처들과 그리고 그가 처했던(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혀서 사형을 당하는) 상황은 결코 행복한 삶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살았던 인생 자체는 참 위대한 인생이었으니,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인생전체를 돌이켜보자면 참 위대한 인생을 살았다고나 할까.
톰 행크스의 요도염 연기(근데 요도염에 걸리면 진짜 저렇게 아플까?)와 귀여운 쥐새끼가 가져온 교도소에서의 훈훈함은 영화 전체가 가진 분위기를 더할 나위없이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으니, 이런 장르영화를 보면서 기대하는 욕망들을 참으로 훈훈하게 잘 채워준 영화가 바로 이 그린마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근데 또 이런 휴먼드라마류의 장르영화를 생각하면서 딱 생각나는 영화는, 바로 '꼬마돼지 베이브'이다. 어렸을때 그 영화를 보고 얼마나 감동을 먹었던지,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참 생생하다.
돼지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 얼마전에 영웅이가 엄마보고 개한마리 키워보고 싶다고 말을 했었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갑자기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보고 나는 돼지한마리 키워보고 싶다고 말을 했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나보고 한 마디 말을 하셨다. "나는 26년째 돼지 한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무슨 또 돼지 한마리냐. 중국집 주문할때 볶음밥이나 시키지 말아라."
쩝...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니까. 돼지는 먹는 거 엄청 좋아하고, 닥치는 대로 잘 먹잖아. 나도 그렇거든.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요즘은 확실히 살이 좀 찐거 같기도 하고. 근데 그런거 별로 신경안쓰고 산다. 사람한테 진짜 중요한건 체격이 아니라 체력인데, 요즘은 체력보다 그냥 눈에 보이는 체격을 더 중요시하는 거 같아서 솔직히 맘에 안든다. 군대에 있을때 체격은 완전 식스팩에 권상우급인데, 군장메고 행군한번 하자고 하면 픽픽쓰러지는 저질체력들 보고 좋은 체격이 곧 좋은 체력이 아니란걸 알고난 이후부터 내 운동의 주안점은 체격이 아니라 체력이었다.
어쨌든, 무슨 말을 하다가 이런 말이 나온건지는 모르겠지만. 라이언 일병을 구할려고 뛰어다니던 톰 행크스도 멋있었고, 그냥 덮어놓고 뛰기만 했던 포레스트검프의 톰 행크스도 멋있었지만, 죄수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감화시켜 나갔던 톰 행크스의 모습도 멋있었으니, 사람은 아무쪼록 저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 글은 두서가 없네. 근데 또 이런 맛이 내 블로그의 맛이 아닐까. 종횡무진 천방지축 범주와 분류를 넘어서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자 만든 것이 내 블로그였고, 또 내 맘대로 지껄이는 맛이 있는게 내 블로그이니,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쓰고자 노력은 하겠지만 굳이 내 스타일을 버리고 싶은 맘도 없는게 지금 내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