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2004) 왕가위 감독 / 양조위, 장쯔이, 기무라 타쿠야 주연.
예전에 왕가위 감독이 만든 아비정전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장국영과 유덕화가 나오는 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보고 난 왕가위 감독의 팬이 되고 말았다. 그 영화는 방황하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특유의 분위기는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왕가위 감독 영화라고 하면 일부러 찾아볼 정도였으니, 굳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더라도 내가 받았을 강한 감동을 잘 설명할 수 있을것이라 본다.
이 영화는 아비정전과 화양연화를 잇는 세번째 이야기이다. 아비정전에서 마지막에 보면 영화내내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양조위가 나오는데, 그 양조위의 이야기가 화양연화에서 계속되고 이 2046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아비정전을 너무나도 재밌게 본 나로서는 화양연화를 먼저 보고 이 영화를 보는게 옳은 순서이겠으나, 난 이 영화가 아비정전하고 이어지는 시리즈물인지도 모르고 봤다. 그냥 보다보니까 아 이 영화가 아비정전이랑 관련이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다본뒤에 검색하고 나서야, 이 영화는 아비정전하고 화양연화를 잇는 세번째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남여간의 엇갈린 사랑이야기이다. 장쯔이는 양조위를 사랑하지만, 양조위는 떠나간 공리를 그리워하고, 그러면서도 여관주인 딸인 왕비와 일본인 기무라 타쿠야 사이에서 또한 묘한 감정을 느끼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내가 봐도 사랑은 타이밍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감정은 일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시간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감정이 일치될때만 엇갈리지 않고 제대로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감정과 감정이 일치되지 못하고 엇갈려버리면 안타깝게도 영화에서처럼 그런 씁쓸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근데 또 그 맛이 바로 사랑이란게 아닐까? 그렇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 사랑이기에, 막상 이루어졌을때 그 기쁨이 배가 되는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 그냥 오늘 아침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