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요일날 신태갑 수업중에 신태갑 샘이 아주 인상적인 말을 했다.
"사람이 배가 고프면 예의를 모르는 법이다."
그 수업을 같이 들었던 DH는 그 말을 자주 나에게 썼고, 나는 그 말을 들을때마다 배를 잡고 뒹굴었다.
확실히 지금은 예의를 차릴 수 있을 거 같다.
아빠가 장어를 사오셨고, 배가 터지게 장어를 먹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글은 장어먹었다고 자랑하는 글 되겠다. ㅋㅋㅋㅋㅋㅋ
#2.
할아버지 생신을 맞이하여 안동에 가서 아나고(그러고보니 이번주는 장어로 뽕을 뽑는구나.)와 육회를 먹으면서 어르신들 하시는 얘기를 들었다. 큰아버지랑 삼촌이랑 할아버지랑 술먹는 자리에 내가 다컸으니 끼워준다 뭐 이런 그림이지만, 난 사실 어르신들께서 나누시는 대화들보다 '가시바른' 아나고(가시가 발렸다는 사실! 이게 중요하다.)와 육회만 눈에 들어왔었다.
그렇게 육회와 아나고를 축내고 있는데, 재밌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할아버지가 안동에 낙동강 근처에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이번에 낙동강 정비사업을 하면서(이른바 4대강 정비사업, 속된 말로 4대강 삽질.) 강바닥에서 파낸 흙을 갔다놓을데가 필요한데, 그 흙을 갔다놓을 땅으로 할아버지땅을 빌리면 안되겠냐 하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공사기간 약 2년동안 1마지기당 230만원정도를 보상해준다는 거였는데, 할아버지땅이 30마지기니, 1년에 약 6000만원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거였었다. (물론 2년후엔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1년에 6000, 2년이면 1억 2000만원. 할아버지는 농사하나 안짓고 일년에 6000만원이 들어오는 거였으니, 팔자폈다고 굉장히 좋아라하셨다는데, 문제는 그 사업이 중도에 하차되었다는 거였다.
할아버지는 씁쓸해하셨고, 할아버지의 씁쓸한 모습을 보면서 4대강 삽질을 강력히 반대했던 손자는, 그렇게 기뻐할 수 만은 없었다. 정치적인 판단이라는게 개인적인 이익과 결부되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던 그런 시간이었고, 손자는 그냥 아나고와 육회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3.
지난 한주간, 정확히 말하면 수요일부터 오늘까지 엄청난 강행군을 했다.
수요일날 사학과 답사를 출발해서 강원도 평창, 강릉, 영월, 정선을 거쳐서 금요일날 하단에 도착했고, 하단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양산으로 리더기도회때문에 가야했다. 양산에 가서 리더기도회하고 자고 가라는걸 억지로 뿌리치고 간신히 집에와서 짧게나마 잠을 잤다. 그리고 나서 아침에 어머니를 모시고 안동으로 출발, 안동에서 계속 잔심부름에 시달리다가(그나마 군에 갔다왔고, 말이 통한다는 이유로 온갖 곡식을 나르고, 찧고, 약주잡수신 어르신분 대리운전해드리고...) 예배때문에 일요일날 쉬지도 못하고 아침먹고 대충 안동에서 출발, 빗속에서 엄청 밟았다. (난 정말 무슨 미하엘 슈마허가 된 줄 알았다.)
늦게 나마 예배시간에 참석했건만, 쏟아지는 잠은 어찌할 수가 없더라.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목장모임, 월례회, 기모임 다 생강까고 집에와서 한숨 자고난 지금은, 그나마 살만하다.
밖에는 비가와서 운동도 못하고, 장어를 많이 먹어서 배는 부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일찍 발닦고 자야겠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