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갔었다.
엄마 사촌의 딸 결혼식.
그러니까 엄마 사촌의 딸이다. 나한테는 몇 촌인거지?
어쨌든 중요한거는 그렇게 가까운 친척은 아니라는 거다.
하도 어렸을때 보고 한동안 못본 친척들이라 누군지도 잘 모르고 인사하고 축하하고, 그러고 부페로 갔다.
범내골에 있는 제일부페였는데, 맛있었다.
그냥 아무거나 잘 주워먹는 나로서는, 정말 감사할 음식들이 많았다. 특히 '불란서식 달팽이'는 괜찮았어. (그때 퍼올때 보니까 팻말에 '불란서식 달팽이'라고 적혀있었다. 만약에 '이태리식 달팽이'라고 적혀있었더라면 '이태리식 달팽이'라고 믿었겠지.)
자리도 할아버지들 앉은 자리에 앉아서 마땅히 말섞을 상대도 없고 해서, 오직 음식에만 집중했다. 그 원탁에 같이 앉으셨던 분들이 엄마의 외삼촌, 엄마의 고모부, 엄마의 고모할머니 뭐 이런 분들이니, 그닥 자주 안면이 있는 분이 아니기도 했고.
부페에서 배불리 먹고, 예배드리러 교회갈려고 나혼자 건물을 빠져나왔었다.
바람은 찬데, 햇살은 맑았다.
난 '불란서식 달팽이'보다 너와 함께 먹은 '바나나킥'이 더 맛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