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sicko란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sicko는 환자라는 뜻을 가진, 미국에서 쓰이는 속어이다. 즉, 영화 ‘식코(sicko)’는 아픈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우리나라와 같은 당연지정제가 아니다. 미국건강관리기구(HMO)라는 단체가 있으며 거기에 소속된 민영화된 의료보험회사들이 개인적으로 가입된 회원들에게만 의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다. 전국민이 다 국민의료보험에 가입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3억 명 미국인구 중에서 2억 5천만 명이 가입되어 있으며, 5천만 명은 가입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이 영화는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못한 소외된 5천만 명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2억 5천만 명의 가입자들을 다루고 있다.
『식코』(2008) 마이클 무어 감독.
한 미국인 릭은 산업재해로 손가락 중지와 약지가 잘렸다. 중지 하나를 접합하는데 드는 비용은 6만 달러, 약지 하나를 접합하는데 드는 비용은 1만 2천 달러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달러당 1000원으로 적용했을 때 각각 6000만원과 1200만원이다.) 의료보험에도 가입을 할 수 없는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 비용은 그야말로 엄청난 금액임이 확실하다. 사람의 몸은 확실히 측정 가능한 것이 아니다. 오늘 아침에 멀쩡했던 사람이 오늘 저녁에 당장 쓰러질 수도 있는 것이다. 몸이 아프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돈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현대인에게 보험은 굳이 강요하지 않더라도 필수적인 것이다.
중지 하나에 6000만원, 약지 하나에 1200만원이다. 릭은 결국 약지 하나만 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에서는 의료보험에 가입하기도 상당히 힘이 든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단순히 힘이 드는 것을 떠나 상당히 어렵다. 체중이 미달되거나 혹은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지병을 갖고 있거나 아님 지병을 알았던 전력이 있거나 어쨌든 보험에 가입하기는 너무 어렵다.
가입이 되었다고 해도 너무나도 많은 경우에 보장을 받을 수가 없다. 영화 속에서는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경우들이 영화 스타워즈의 지루한 프롤로그와 같은 형태로 줄줄이 등장한다. 가입하는 거 못지 않게 보장받기도 무척이나 어렵다.
이런 질병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그리고 보장을 받을 수도 없다.
어떤 때에는 아파서 찾아간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는 어떤 한 아이가 긴급히 병원에 후송되지만 자기가 가입된 보험사 계열의 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결국 멀리 떨어진 자기 보험사 계열의 병원으로 후송되다가 결국 그 아이는 사망한다. 결국 미국의 의료보험은 가입하기도 힘들고, 보장받기도 힘들지만, 치료받기도 힘든 것이다.
누구를 위한 의료보험인가?
의료보험은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항상 돈이 많기 때문이다. 아파도 쉴 수 있고 쉬어도 생활을 유지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돈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굳이 의료보험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일반 서민들과 같이 하루하루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료보험은 필수적이다. 그들은 아프지만 쉴 수가 없다. 쉬면 돈을 못 받게 되고 돈을 못 받으면 치료를 못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벌 수 있을 때 혹시 자신이 나중에 아플 때를 대비한 의료보험에 필수적으로 가입을 해야 되는 것이다. 가장 의료보험이 필요한 대상은 서민층인데, 미국의 이 의료보험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도 과거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의료보험제도였다. 그러나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료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의료보험회사를 민영화했고, 결국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되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효율화였을까? 그리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료보험인가? 가장 미국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정부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원본출처 : 씨네21 / http://www.cine21.com/Movies/Mov_Movie/movie_detail.php?s=base&id=20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