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와 갑빠의 졸업식.
그래서 학교에 갔었어. 학교에 가서 오랜만에 사람들 만나서 술 먹고, 학교얘기하고 그랬어. 그러다 내가 내년에 3학년 대표라는 거, 알게 된 어느 형이 말하더라.
내년에 3학년들 고생해야 할 텐데.
왜요?
내년에 과 특성화 사업인가? 그거 하는데, 그거 3학년이 주축으로 해야 된다고 하던데.
우리 과에서 특성화 사업이라는 걸 하거든. 학교에서 지원을 받아서 인문대에서 처음으로 우리 과에서 시작하는데, 말 그대로 우리 과를 특성화해서 경쟁력을 키워보자 그런 취지에서 시작하는 것이지. 그 중에서 가장 주된 내용은 ‘여러 동아리를 만들어서 그 동아리를 주축으로 자발적인 과 사업을 진행시켜 보자’ 이런 내용이야. 그러니까 한마디로 3학년들을 주축으로 그 동아리를 만들어서 과 특성화 사업을 진행해보겠다 그런 내용이지.
나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었어.
이봐, 잘 보라구. 이게 현실이니까.
우리는 취직을 해야 해.
우리는 대학을 졸업해서 취직을 해야 해. (물론 학교에 남아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소수니까 넘어가도록 할게.) 우리는 취직을 하기 위해 취직준비를 해야 해. 과도 인문학이니까 실용적인 공부를 하는 다른 과들보다 취직에 있어서 큰 핸디캡이 있다구. 그러니까 우리는 실용적 학문을 공부하는 걔들보다 더 취직준비가 잘 되어있어야 해.
더구나 3학년들은 이제 사회생활로 데뷔할 시간이 2년밖에 남지 않았어. 수능이 얼마 안 남았으면 수능 공부하는 건 당연한 거고, 취직이 얼마 안 남았으면 취직 공부하는 건 당연한 거야. 그런데, 그런 3학년을 데리고 과에서 하는 동아리 활동을 하라고? 어이가 없고 또 어이가 없다. 그 동아리 한다고 해서 당신이 우리 취직자리 보장해 줄 수 있냐? 취직자리 보장해 줄 수 없으면 우리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우리도 우리 밥그릇은 챙겨먹어야 된다고.
나는 내 갈길 갈 거고, 당신들은 당신네 길이나 잘 가.
이러 쿵 저러 쿵 내길 평가하지 말라고. 니 앞길이나 생각해.
누가 뭐래도, 나는 내 갈 길 간다.
나는 과에서 그런 동아리 하라고 하면 자신 있게 보이콧 할 수 있어. 왜냐면, 나는 욕을 하도 많이 얻어먹어서 완전 내성 이빠이거든. 나는 가끔가다 그런 생각을 해. 나는 한 삼만년정도 살 거 같다고. 욕을 하도 많이 먹어서 완전 초장수 할 수 있다고. 너희들도 알잖아? 저 자식은 백날 말해도, 뒤에서 씹어도 안 바뀐다는 거. 그래 난 안 바껴.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나에 맞춰서 바꿔.
그런 내 성질 당신네들도 잘 아니까 나를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진 않을 거야. 그냥 가벼운 권유 정도로 말을 꺼내겠지.
“영필아, 이번에 동아리 신설해서 활동하는데 해 볼 생각 있니?”
이런 정도? 나는 당연히 “조까”라고 할 테고.
그런데 진짜 걱정되는 건 나말고 나랑 수업을 같이 듣는 3학년들이야. 걔들도 나름 준비해야 할 게 많아. 취업준비도 해야지, 그리고 학점관리도 해야지,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바쁜 애들이야. 그런 애들보고 동아리나 하라고? 삼학년인데? 어이없지? 나도 어이없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참고로 우리 학년 1등부터 5등까지 봐봐. 거기서 과생활 하는 애 있냐? 그런데도 동아리 하라고? 그런 말이 나오냐? 니 같으면 하겠냐?) 나랑 같이 공부하는 너희들은 내가 욕 다 먹을테니까, 너희들 할꺼 열심히 해. 그냥 묻혀가면서 너희 할 일 놓치지 말고.
어쩌라고.
어이 씨부라 탱탱부라라야.
동아리 하고 싶으면 당신이 해. 괜히 엄한 사람 시키지 말고. 문화콘텐트 제작하고 싶으면 당신이 제작해. 자기 앞길 가기 바쁜 사람 뒤에서 낚아채지 말라고. 그리고 뒤에서 이러 쿵 저러 쿵 씹지마. 니가 우리에 대해서, 우리 사정에 대해서 잘 아니? 잘 모르면 그냥 입다물고 있어. 알겠니?
너나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