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을 앞둔 어느 날에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심한 축농증을 앓고 있었는데 축농증과는 별개로 그 날 따라 피곤했는지 쿨하게 엎드려서 잤다. 한참 시간이 지났을 때 누군가가 나를 깨웠고 앞으로 불려나갔다. 개량한복을 입고 빨간 안경을 낀 국어선생님이였다. 내 옆에서 같이 자던 친구도 불려나갔는데, 똑같이 손바닥에 회초리로 두 대를 때리고 그 친구는 다시 자리로 가라고 하고 나는 복도에 서있으라고 했다. 나는 그 순간의 억울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선생님께 똑같이 잤는데 나는 왜 복도에 서있으라고 하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 순간 선생님이 손목시계를 풀었다. 내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졌던 순간, 선생님의 불꽃 싸대기가 나의 뺨으로 날라왔다.
뭐? 니는 엎드려서 퍼져서 자고 있고 니 옆에 금마는 살짝살짝 졸고 있는데! 그게 똑같나! 피곤해보여서 밖에 서있으라고 했더니! 뭐가 어쩌고 저째!
한마디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불꽃 싸대기가 날라들었고 나는 뒷걸음을 치면서 쭉 밀려났다. 교실 앞 복도쪽 문에서 맞기 시작해서 뒷걸음을 치다보니 어느새 강단을 지나 운동장쪽 창가까지 몰려있었다. 이제 더 이상 뒤로 갈 공간도 없다고 생각한 순간, 마지막 카운터 싸대기가 날라왔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코에서 코피가 아니라 거대한 콧물덩어리가 빵 하고 분출되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90도 위에서 그걸 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마치 콧물이라기보다 하나의 뻥튀기 과자처럼 보였다. 그 순간에 아픔보다도 어떻게 저렇게 큰 것이 내 몸에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짐싸서 집에 가라고 했고 나는 최대한 쿨한척 가방을 싸서 교실에 나왔다. 국어선생님이 여자선생님이셔서 그랬는지 아픔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무언가 3년동안 묵은 콧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이었다. 그 이후 그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축농증은 걸리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께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맞았다. 특별히 고2때를 상기해보면 담임선생님께 내 허벅지 안쪽 살과 목 뒤의 연한 살을 징하게 맞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어떤 선생님도 학대라고 느껴지는 체벌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선생님의 불꽃 싸대기는 약손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