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 그게 민주당 비대위원장 박지현 짤짤이사태의 본질이다.
진시황이 지방순방 중에 사망하자, 환관 조고는 장자인 부소를 죽이고 비교적 만만한 차자인 호해를 황제로 등극시킨다. 그리고 자기의 권력을 조금씩 강화해 마침내 황제 다음가는 2인자의 자리인 승상의 지위에 오른다. 정권의 실세가 된 조고는 조정의 대신들 중 자기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조고는 호해에게 2세황제의 치세에 감사하는 마음에 특별히 아끼는 말을 진상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조고가 가져온 것은 말이 아니라 사슴이었다. 그 사슴을 본 호해는 '승상, 아니 왜 사슴을 가져온 것이오?' 하고 따져물었지만, 조고는 당당히 '폐하, 다시 자세히 보시옵소서. 이것은 사슴이 아니라 말이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조정의 대신들에게 그 의견을 묻자고 한다.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주장하는 정권실세와 사슴이라고 이야기하는 황제. 눈치를 보던 조정의 대신들은 일부는 사슴을 사슴이라 말했고, 일부는 사슴을 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조고는 사슴을 사슴이라고 말한 대신들의 이름을 적어두었다가 이후 모두 숙청하였다.
민주당에 최강욱(국회의원)이라는 자가, 지난달 28일 민주당 내 법사위원 비공개 온라인 회의에서 김남국 의원이 카메라를 켜지 않자, 카메라를 켤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김남국 의원이 얼굴이 못생겼다고 카메라를 켜지 않았다. 그러자 최의원이 재차 요구하면서 무슨 짤짤이를 하길래, 카메라를 못 켜나고 다시 되물었다. 그리고 이 발언이 외부에 알려졌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현재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인 박지현은 최강욱 의원이 성희롱 발언을 했다며 당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비대위원장이라는 자리는 당대표가 공석인 지금, 민주당의 최고지도자를 의미한다.
짤짤이는 어떤 단어일까. 일단 짤짤이와 발음이 유사한 단어중에 딸딸이라는 단어가 있다. 만약 최강욱 의원이 딸딸이라는 단어를 썼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 딸딸이라는 단어는 자위행위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강욱 의원이 딸딸이가 아니라 짤짤이라는 단어를 썼다면 그건 아무 문제가 없다. 짤짤이는 학창시절에 친구들하고 주먹에 동전을 숨기고 그 안에 든 동전이 얼마인지를 서로 맞추면서 노는 놀이이다.
여기에 어떤 성적의미가 있는가. 박지현 의원장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를 주장한다면 짤짤이에 어떤 성적인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만약 짤짤이를 딸딸이라고 들었다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들었는지 사실관계를 검증해봐야 한다. 그런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느닷없이 성희롱발언을 했다며 징계위원회를 회부하자고 들이댔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현재 당 최고권력자다. 최강욱 의원이 짤짤이를 말했던 딸딸이를 말했던 사실은 중요하지 않고 내가 딸딸이로 들었으니까 그건 무조건 딸딸이라는 것인가. 거기에 대해 박지현은 설명해야 한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뉴스들이 흘러나와 네이버 뉴스같은 곳을 도배를 하고 있으니 당내외 비난여론에 견디지 못한 최강욱 의원은 짤짤이라고 발언했지만 어쨌든 나로 인해 생긴 논란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자 5월 5일 박지현은 최의원의 사과에 민주당에 2차 가해가 심각하다며 아는 사람이라고 감싸는 문화는 더이상 안되며 성범죄로 정권을 반납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2022년판 지록위마. 이게 바로 이 사건의 본질이며 이게 지금 민주당의 상황이다. 백번 말해 성범죄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만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닌 사람까지 도매급으로 묻어버리는 일들이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무고한 피해자를 양성할 것이다.
나의 동아대 사학과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나는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강렬했던 당시 사학과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꽤나 보수적인 논조를 가진 별종이었다. 그것 때문에 꽤 많이 토론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 계기는 10여년 전 쯤 미네르바 사건이었다. 미네르바라는 한 블로거가 다음 블로그에다가 당시 MB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글을 적고 있었다. 거기에는 정부를 칭찬하는 글도 있었고 때론 불편한 이야기도 있었다. MB정부는 어떻게 했느냐? 미네르바라는 일개 시민블로거를 구속해서 수사했다. 결국 기소까지 해서 재판까지 받았다. 재판결과는 무죄를 받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10여년이 지난 나는 이제 더이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지금의 민주당은 10여년 전 한 시민블로거를 구속하고 수사했던 그 살벌했던 MB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PC주의(정치적 올바름)과 페미니즘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출근길에 만원 지하철 속에 있었다면 누군가가 성범죄 신고를 하지 않았음을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직접진술이 법적인 효력을 갖는다. 역에서 사람이 나갈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쓸려나가는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가 나와의 신체접촉을 통해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나를 고발한다면 나는 매우 높은 확률로 유죄가 선고되는 수사를 받아야 한다. 어이없는 경우라 경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심지어 구속이 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대해 합당한 반론을 제기하면 그건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이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은 무조건적인 선이고, 가해를 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말은 무조건적인 악이다. 아니 악이라고 하면 차라리 다행이다. 2차가해라며 아예 말을 못하게 한다. 2022년 아직도 한반도에서는 원님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누구나 자기의 사건에 대해 변호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약속이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에서는 그런 약속이 작동되지 않는다. 무고를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되고 모든 언로가 막혀버린 상황에서 들은 사람이 그렇게 들었다면 그게 진실이 되버린다. 지금의 민주당은 객관적 사실보다 들은 사람의 기분이 더 중요해져버렸다. 마치 MB정부에서 미네르바의 블로그를 본 높으신 분의 불편함이 시민의 헌법적 권리보다 더 중요했던 것처럼.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면 그것은 전근대적인 여성의 착취에 동조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모든 것을 아주 세부적인 잣대로 재단하고 조금의 다름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에 반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도 인정하신 인간의 자유의지를 민주당의 PC주의는 인정하지 않는다. 거기에 대해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면 2차가해가 되어 반동취급을 당한다. 그게 지금의 민주당이다. 그 민주당은 적어도 내가 사랑해 마지 않았던 민주당이 아니다.
멀리 박원순까지 갈 필요도 없다. 박지현의 짤짤이 사태라는 현상은 그런 민주당의 본질을 설명한다.
더페미민주당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저는 기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