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음악을 스트리밍해서 많이 듣는 모양이지만, 나는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지 않는다. 벅스같은 음원사이트에서 다운받거나 아니면 음악CD를 사서 음원파일로 변환하여 아이튠즈에 넣어서 듣는다. 물론 그 과정에서 태그정보나 앨범아트 같은 것은 나름대로 정리하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그것대로 정리해서 아이튠즈에 넣어둔다. 대개 스트리밍으로 노래를 몇 곡 들어보고 앨범 전체가 다 괜찮으면 사는 것이고, 아니면 몇 곡만 다운로드 받는다.
작년에는 음반을 다섯장 정도 구매했다. 러블리즈와 이적의 신보는 음악을 들어보지도 않고 바로 예약구매했다. 러블리즈 신보야 습관적으로 매번 사는 것이기도 하고 메인곡인 오블리비아테가 좋아서 꽤 많이 들었다. 그 곡 말고 좋아하는 곡은 이야기꽃. 이적 형님도 오랜만에 신보가 나온다길래 구입했다. 이적 신보는 기존에 싱글컷 되어있던 곡도 다수 수록되어 있었는데, 메인곡인 돌팔매를 단연 좋아했고, 그 외에도 숨, 한강에서(Interlude)를 꽤 인상적으로 들었다.
한 3년전부터 J-POP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어쨌든 올해도 J-POP을 꽤 들었는데, 음반을 산건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OST와 카미시라이시 모네(上白石萌音)가 부른 'note' 앨범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OST는 칸노 요코(菅野よう子)가 작곡한 음반으로, 내가 가장 좋아했던 트랙은 23번 트랙이다. OST 음악과 실제 영화에 나온 배우들의 대사가 녹음되어 있는 트랙인데, 특히 나가사와 마사미의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그 트랙만 꽤 오랫동안 반복해서 들었다. 돗치~ 돗치~ 라던가, 유데다테~ 유데다테~ 라던가. (나가사와 마사미는 실제 성우활동도 했는데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 남자주인공인 타키가 알바하는 레스토랑의 여자선배역을 맡기도 했었다.)
카미시라이시 모네가 부른 'note' 앨범은 단연코 2020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음반이다. (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성우 겸 가수 겸 배우로서, 성우로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서 여주인공인 미츠하 역을 맡았다.) 일본 정규앨범이니만큼 평소에 발표해두었던 여러 싱글을 모으고 거기다가 신곡 3~4곡 끼얹어서 만든 앨범인데, 나는 뭐 다 새로 듣는 노래이니 만큼 노래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이 좋은 곡이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한 곡은 7번 트랙인 夜明けをくちずさめたら(새벽을 입에 담으면)과 8번 트랙인 ハッピーエンド(해피엔도)이다.
夜明けをくちずさめたら(아케오쿠치즈사메타라)는 COVID19 팬데믹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한 힐링곡으로 싱글로도 발매되었던 곡인데, 가사가 쉬운 일본어로 되어 있어서 가사를 음미하면서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곡을 워낙 많이 듣다보니 그 다음 트랙인 ハッピーエンド(해피엔도)도 많이 듣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다. 한때는 이 가수를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이 가수가 나온 드라마도 보고, 카톡 프사에도 이 앨범아트를 올려놓기도 했다.
해가 바뀌기 전, 마지막으로 산 앨범은 아이유의 '사랑시' 음반이다. 아이유는 한 10년전 쯤에 참 열심히 들었던 가수였지만 zeze 이후로는 그다지 찾지 않은 가수였다. 병문안을 왔다는 놈이 웃통을 까고 눈이 풀린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와나 앨범제목이 Last Fantasy였고, 이후 모던 타임즈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였기에 얘는 진짜 좀 다른 가수이겠구나 생각했었다. (데뷔곡을 미아로 선택했던...) 그런데 난데없이 zeze에서 스스로 성적대상화를 용인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그 다음부터는 별로 흥미롭지 않은 가수였다.
그러다가 연말쯤에 우연히 스케치북에 출연한 클립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게 되었고, 아이유가 나왔던 스케치북 편을 다 보게 되었다. 그 방송을 보고 아이유의 '사랑시' 음원을 찾아서 스트리밍으로 듣게 되었고, 그렇게 CD를 사게 되었다. 겉모습은 약간 시집처럼 구성이 되어있는데, 안에는 아이유 사진이 많이 들어있다. 아이유의 '사랑시' 음반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뭐니뭐니 해도 blueming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나가서 막 조깅해야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꽤나 흥미롭게 들었다.
올해는 어떤 음반을 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