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1세기 들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밸류체인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본을 대고, 일본이 정밀소재를 만들면, 한국에서 첨단모듈을 만들고,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서 전세계로 수출하는 시스템 말이다. 물론 이 밸류체인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국제질서가 팍스 아메리카나로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팍스 로마나 밑에서 이집트의 곡물과 그리스의 예술품이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었듯이 미국의 우산아래에서 세계 각국이 정치문제를 넘어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글로벌 밸류체인의 확실한 증거는 바로 인플레이션 없는 사회다. 금리를 아무리 떨어뜨려도, 돈을 시장에 농약뿌리듯이 뿌려도 물가는 오르지 않는다. 글로벌 밸류체인이 끊임없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내서 낮은 가격에 높은 가치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밸류체인이 돌아가면서 미국의 블루칼라 노동자는 소외되었다. 도람푸는 그들의 힘으로 당선되었고 더이상 밸류체인을 유지하려 들지 않는다. 도람푸가 이번에 재선이 되지 않더라도 도람푸의 당선은 밸류체인에 소외된 노동자의 힘을 미국 정치인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바이든이 되든 도람푸가 되든 지금과 같은 글로벌 밸류체인이 계속 유지되리라 낙관하기 힘들다.
밸류체인의 제일 말단에 위치해 있던 중국은 더이상 말단에 있으려 하지 않는다. 시진핑은 중국몽을 통해 G2로서의 중국으로 부상하여 미국중심의 국제질서인 팍스 아메리카나를 균열내려 한다. 반면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국제질서를 유지하여서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려 한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스스로가 원하든 원치않든 전세계가 주목하는 국가가 되었다. 한국은 정치적으로는 미국에 밀접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밀접하기 때문이다.
이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또 식민지가 되느냐 아니면 우리가 주도하느냐 결정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근데 이 국제적 흐름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있는가. 좀 더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니겠나. 시바 그놈의 부동산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이 흐름에 제대로 타기만 한다면 수원시 영통구도 강남이 되고, 안동시 남후면도 강남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정부를 공격하려는 측에서 보면 부동산 만큼 꽃놀이패도 없다. 국민 중 절반은 임차인이요, 절반은 임대인이다. 주택자가율은 늘었지만 그만큼 1인가구도 늘어서 결국 보면 또이또이다. 집값이 오르면 임차인이 난리가 나고 집값이 내리면 임대인이 난리가 난다. 정부의 정책적 목표는 부동산 가격을 완만하게 상승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것이 특유의 다이나믹 코리아와 마주치며 급격한 부동산 상승을 이끌었을 것이다. 올라간만큼 어느정도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 정책이 뭐가 그렇게 잘못되었나. 또다시 부동산 카지노판을 만들어야 언론은 만족할텐가?
중국이 부상한다고 해도 아직 팍스 아메리카나의 힘은 남아있다. 한국이 드골형님처럼 우리는 제3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미국 위주의 국제질서에 더 밀접할 필요는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경제밀접성을 낮추어야할 필요는 있는 것이다. 세계 2위의 인구대국이며 아시아의 또다른 축인 인도, 우리와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는 유이한 국가 중 하나인 러시아, 밸류체인의 말단에서 중국을 대체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
우리가 기회를 찾고 흐름을 제대로 타기만 한다면 우리의 번영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 그 청사진에는 통일한국의 모습도 있을 것이다. 국방위원장이 KT&G 담배를 피고 서울시장이 점심으로 옥류관 냉면을 먹는 그림 말이다. 제발 부동산 이야기 하기전에 앞으로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가 빨고 있었던 꿀딴지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그 고민을 나는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