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7일 오전, 현재 부산KT소닉붐은 4승 27패 승률 0.129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선임된 조동현감독은 3년째 소닉붐의 감독을 역임하고 있으며 3년동안 45승 94패 승률 0.324를 기록했다. KT소닉붐 역대 최다패, 역대 최다연패, 역대 최저승률 모든 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프랜차이즈의 잇단 이적도 이 기간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동현은 사퇴하지 않고 있다. 왜 조동현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걸까?
1. 자진사퇴하면 잔여연봉을 포기하기 때문에?
감독이 자기직을 스스로 내려놓으면 남은 계약기간의 연봉은 포기하게 된다. 반면 팀이 감독을 자르면 남은 계약기간동안 잔여연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만약 팀에서 감독을 자르지 못하는 경우, 잔여연봉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팀에 감독은 없는데 계속 연봉을 줘야 하는 그런 상황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치진을 대행으로 세우느니 차라리 조동현이라도 감독을 계속 맡게 하는게 낫다고 판단할 측면도 있다.
그런데 감독이 잔여연봉때문에 그만두지 못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게 내생각이다. 조동현도 프로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농구인이다. KT감독 그만두더라도 다른 농구판에 가서 일을 하면 된다. 거기다가 조동현의 경우 계약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시즌까지이다. 기간만 치면 3~4개월 남은 것이다. 딱히 그 기간 받을 돈을 위해 사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온갖 비난과 악플과 싸워가며 그 연봉을 위해 사퇴하지 않는 것 같진 않다.
2. 이번에 사퇴하면 아마 마지막 감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마 당분간은 그럴수도 있다. 아니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이충희처럼 팀을 옮겨다니면서 팀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충희와 조동현은 급이 다른 인물이다. 이충희는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였지만 조동현이 그 급이라고 보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조동현은 더 기회가 많을 수 있다고 본다. 이충희는 그 급때문에 코치를 하지 못했지만 조동현은 아직 상당히 젊은 나이다. 쌍둥이형인 조상현도 고양오리온에서 코치직을 하고 있다.
바로 감독직을 맡기는 거의 불가능해보이지만 다시 코치부터 시작한다면 오히려 가능성은 훨씬 높다. 김영만처럼 준수한 성적을 거둔 감독도 다시 코치로 선임된 케이스도 있다. 조동현은 현역시절 좋은 수비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수비코치가 될 수 있고 좋은 때를 기다린다면 다시 감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굳이 프로팀에 연연한 필요없이 학교팀으로 갈수도 있다. 이번에 사퇴하면 앞으로 영영 감독을 못할거 같아서 사퇴하지 않는다? 딱히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혐짤이자 금지어.
3. 사퇴하려고 했으나 프런트에서 만류하여 어쩔 수 없는 책임감으로?
프런트에서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조동현이 필요하다면 만류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도무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의 사태(잇단 프랜차이즈스타의 이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역대급 부진, 05전랜과 98동양에 비견될만한 경기력 등등)에 대해 팬에게 어떤 설명이 있어야 한다.
프로농구는 선수와 프런트만 하는 것이 아니다. 팬이 있어야 비로소 프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사태에 대해서 KT 프런트는 어떤 설명도 하고 있지 않다. 구단 유니폼을 불태우거나 구단사무실을 찾아가서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한다거나 그런 난리굿을 직여야 하는 건가? 그런 난리굿을 직여야 상황이 변하는 것이라면 지금 프런트가 그 자리에 있어야할 이유는 없다.
아직까지 프런트에서는 어떤 설명도 나오고 있지 않고 그냥 상황을 방치하고만 있다. 프런트가 적극적인 설명을 하고있지 않으니 당장 피해보는 사람은 팬과 선수들이다. 온갖 확인되지 않은 낭설들이 나오고 있다. 케티감독 공무원설, 임종택-조동현 적폐설, 연고지 이전설 등등이다. 프런트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도 마음이 편치않고 경기력은 점점 리그에 민폐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프런트가 상황을 정리해줬다면 선수들도 한결 편하게 게임을 하고 지금의 막장 경기력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돈내고 농구보러간 관중이나, 시즌권을 구매한 팬이 무슨 죄가 있는가? 또한 눈이 썩는 경기력을 보고있는 원정팀 관중이나 5할 5푼이상 승률팀이 6팀 이상인 현재의 리그상황까지, 이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현재의 KT사태에서 프런트도 분명 일정부분 책임이 있고, 아직까지는 거기에 대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사실 초보감독을 임명하면서 코칭스태프도 모조리 초보코치로 구성했는데 이것또한 굉장히 후진적인 모습이다. 당장 국가대표 축구팀에서 신태용, 설기현, 차두리만 있을때와 토니 그란데와 하비에르 미냐노를 선임한 이후의 팀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조동현 감독을 선임한 프런트(임종택 단장)도 지금 프런트고 계속 안자르고 있는 프런트도 지금 프런트고 설명안하고 논란을 키우고 있는 프런트도 지금 프런트다. 팀에서 그리는 큰 그림때문에 만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껌뱉어를 시전당하는 조동현.
4. 껌뱉어를 시전해보지 못한 한 때문에?
프로농구의 작전타임은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이 과정에서 조동현은 역대급 굴욕을 당한적이 있다. 소닉붐의 전임감독인 전창진에게 작전타임 도중 야! 껌뱉어! 라는 말을 듣고 껌을 뱉었던 기억 말이다. 당시 신인도 아니었고 팀의 주전베테랑이였다.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참을 수 없는 굴욕일 수 있다.
아마 이번 시즌이 끝나면 조동현은 상당기간 감독직을 못맡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영영 감독을 못할수도 있다. 자기가 당한 그 굴욕을 갚지 못하고 감독생활을 접을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 그 한때문에 감독직을 사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전설의 고향을 보면 한때문에 저승으로 가지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구미호의 이야기가 있다. 조동현은 그 한때문에 사퇴하지 못하는 감독은 아닐까.
KT선수들이 착해서 그런지, 조동현의 껌뱉어 굴욕 때문인지 최근들어서 껌씹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앞으로 껌을 쫙쫙 씹어줬으면 좋겠다. 작전타임때 한 20점차로 지고 있어도 풍선껌을 불고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혹시 아는가? 조동현이 미처 풀지 못한 그 한을 풀 수 있을 지 말이다.
최근들어 조동현은 선수들에게 기본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아마 그 기본에 감독 가오를 좀 살려달라는 뜻이 있을 수도 있다. 어차피 올해가 마지막 계약기간인데 감독 가오 살려주고 아름답게 이별하자. 그래서 조동현의 한을 풀어주자. 혹시 알겠는가? 그리도 견고해보이던 조동현이 바람과 같이 사라질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