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러브레터의 재개봉소식이 있었죠. 저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RSS피드를 받아두던 블로그에서 그 소식을 전해듣고 급하게 찾아서 봤습니다. 원래 이런 영화는 빨리 안 보면 금방 내려가고 말거든요.
천안cgv 로맨틱 2관에서 봤는데요, 로맨틱 2관이 참 재미있더군요. 일반 극장처럼 일렬로 쭉 있는게 아니라 두자리씩 나누어서 있더라구요. 무슨 자동차극장에 온것처럼 그런 느낌이더라구요. 저녁늦게 간거라 혼자서 두좌석 차지해서 편하게 보긴 봤어요. 다시봐도 재미있더라구요.
전에는 몰랐는데 새로 느낀 점은 나카야마 미호가 후지이 이츠키일때하고 히로코? 일때하고 목소리가 꽤 다르더군요. 이츠키일때는 조금 털털한 느낌의 목소리였다면 히로코?일때는 조금 여성스러운 목소리이더군요. 약간 꾸며낸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극장에서 보니까 그런 것들이 느껴지더라구요.
근데 영화가 이렇게도 어두운 영화였나요? 전에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좀 많이 어두운 영화같습니다. 히로코의 이야기는 유명한 오겡끼데스까 장면을 통해서 떠나간 사랑의 극복을 이야기하지만, 이츠키의 이야기는 잊혀진 사랑의 죽음을 이야기하니깐요. 더 안타까운 건 그렇게 사랑을 알려준 당사자가 결국 죽었다는 사실인데요. 결국 나쁜 놈은 남자 이츠키인거 같더군요.
영화는 사랑이야기를 죽음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같지만 저는 반대로 죽음이야기를 사랑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이츠키가 남자 이츠키에게 아련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은 남자 이츠키가 죽어서이지, 남자 이츠키가 살았더라면 그 감정을 받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애초에 남자 이츠키가 죽지 않았더라면 정체불명의 편지가 오타루로 날라가는 일도 없었겠죠.
거기다가 남자 이츠키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회상도 아버지를 사랑했기 때문에 죽음이 떠오르는게 아니라 아버지가 죽었기 때문에 그의 부재를 통한 사랑이 떠오르는 것이죠. 결국 이와이 슈운지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기보다 죽음을 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 점이 비슷한 한국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달라지는 지점이기도 하구요.
어쨌든 재밌게 잘 봤습니다. 주제는 의외로 어두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따뜻한 색감이 기억나는 영화예요. 요즘 영화에는 느낄 수 없는 유니크함이 이 영화의 메리트겠죠. 평점은 10점 만점에 9점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