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이 75%가 나왔는데도, 100만표로 문후보가 졌습니다. 어제께 저녁부터 시작된 멘붕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극복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극복해야지 해야지 하니까 더 멘붕이 오는 것 같습니다. 부시를 당선시킨 미국인들의 심정이 이랬을까요? 아... 답답하네요.
제가 볼때 가장 큰 패인은 보수 대 진보 프레임 근본 그 자체입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보수우위의 국가입니다. 여태까지 진보진영이 그 자체의 힘으로 정권을 가져온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김대중때도 김종필하고 힘을 합쳤고, 노무현때도 정몽준하고 힘을 합쳤거든요. 진보가 보수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보수진영의 후보와 힘을 합칠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간신히 50만표차로 이긴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조금 특이한 선거였습니다. 진보가 보수후보와의 단일화없이 진보만의 힘으로 1대1로 맞짱을 걸었거든요. 안철수와의 단일화가 있었지만 안철수를 보수후보로 보기에는 힘들죠. 이번에는 정말 진보의 힘만으로 1대1로 맞짱을 떴고, 그 결과 100만표 차이로 진겁니다. 이건 의미가 있다고 봐요.
변화는 이미 가까이 오고 있다고 봐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다음은 의미있는 승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근데 5년은 너무 긴 것 같습니다...
두번째 패인은 수도권에서의 패배라고 봐요. 총 유권자수를 보면요, 영남권이 500만, 호남권이 200만 정도 되요. 정말 영남 대 호남 구도로 가면 무조건 영남이 이기게 되어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기반 정당이 어느정도 선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수도권에서 영남에서의 패배분만큼 벌충을 해왔기 때문이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수도권에서 5:5 판도로 가고 말았어요. 저는 이게 가장 치명적이라고 봐요.
그리고 그 핵심에 하우스푸어 대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는 하우스푸어에 대한 공적자금에 찬성했구요, 문재인은 공적자금에 반대했습니다. 이건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지만요, 저는 개인이 빚을 내서 산 집에 대해서 국가가 세금을 보조해줘야 하는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하우스푸어 대책이 문재인후보가 수도권에서 싸움을 졌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아닐까 싶습니다.
세번째 패인은 충청권에서의 패배에요. 이건 정말 당최 왜 졌는지 모르겠어요. 충북이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솔직히 이게 지지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힘들구요. 아무튼 충청권은 잘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저는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서 지지하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좀 찌질하거든요. 박근혜 후보가 정말 대통령으로서 그 자리와 위치에 맞는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정말 대통합의 길을 가시는지 판단해보고 그를 대통령으로 지지할지 말지 결정하겠습니다.
권위주의 사회라면 패자가 승자에게 넙죽 업뜨려야겠지만요, 민주주의 사회라면 승자가 패자를 안아주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그녀가 패자를 제대로 안지 못한다면 패자는 또 5년후를 기약하며 하루하루 살아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