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의 주인공들은 왜 죽지 않는 것인가.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을 이 드라마가 하고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 중에 한 명이 죽는다. 전쟁에서의 죽음은 주인공이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아군인가 적인가 그 이분법만이 적용될 뿐이다. 상대방이 주연이건 조연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세 명의 주인공들이 번갈아서 나오는 전반부는 아무래도 극의 흐름이 좀 산만하다.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기가 힘들고 지루하다. 하지만 한 주인공으로 흐름이 집중되는 후반부는 꽤나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인다. 그러면서 전쟁의 참혹상을 그려내는데 꽤 성공했다.
이 영화는 전쟁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해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밴드오브브라더스에서 보여지는 현장에 와있는듯한 생생함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시간이 흘러서 블루레이나 HD 촬영기술이 더 발달한 덕분이다. 그러나 밴드오브브라더스가 가진 극의 응집력보다는 조금 약하다. 밴드오브브라더스는 이 퍼시픽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한 주인공(소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잘만든 수작이다. 전반부의 지루함과 산만함은 후반부들어서 어느정도 상쇄하고 있다. 특히 8편의 장면들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이오지마섬 전투를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같은 장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아버지의 깃발'보다 낫다고 본다.)
이 영화를 보면 미국인들의 태평양전쟁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주인공 중의 한 명인유진 슬레지는 형을 한명 가지고 있다. 그 형은 유럽과의 전쟁에 참가한 군인이었는데, 그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성공적으로 사회에 적응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유진 슬레지는 그렇게 되지 못하고 한동안 방황하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런 그를 보면서 어머니는 다그치지만 아버지는 엎드려서 흐느끼는 둘째아들에게 따뜻한 포옹을 한다.
태평양전쟁은 미국에게 있어서 둘째 아들이 치룬 전쟁이다. 누구보다도 고생했고 어쩌면 첫째보다도 더한 고생을 했지만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그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고 또 어린 아들에게 가혹한 경험으로 남았을지 말이다.
500명의 중대원 중에서 고작 50명만이 살아남은 가혹한 전쟁터. 이 드라마는 그 전쟁을 고스란히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아주 잘만든 드라마다. 만약에 전반부가 지루하다면 4편까지만 참기를 바란다. 그 이후는 아주 재미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