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다가 맨 위에 있는 사람이 뒤로 쓰러져버린다면 그 뒤로 따라가던 사람들이 모두들 도미노처럼 쓰러져버리진 않을까? 그렇게 상상으로만 했던 일이 오늘, 부산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다.
부산지하철 3호선 연산동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다가 맨 위에 계신 할머니께서 쓰러지면서 그 뒤를 따라가던 사람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바람에 서른명 남짓되는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고 한다. 만약에 쓰러진 할머니 바로 뒤에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있었다면 할머니를 지탱하면서 줄줄이 쓰러지지도 않았겠지만 그때 당시엔 교회행사 때문에 노인분들께서 단체로 이동중이라 지탱할 수가 없었던 듯 싶다. 한번 쓰러지고 그 뒤에 사람이 지탱할 수가 없었다면 나중에는 그 힘이 커져서 상당히 건장한 남자라도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인데...
그 뒤에서 그냥 가만히 서계셨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선 무척이나 억울하실 듯 하다. 그냥 그 시간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었다는 죄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에스컬레이터 공간이 너무 좁다. 공간이 좁다보니 승객들이 다다닥 붙어서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앞에가던 사람이 쓰러져버리니 피할새도 없이 자기도 뒤로 넘어지게 되는 거다. 공간이 좀 있었더라면 사람이 넘어지더라도 뒤에 있는 사람이 피해버리면 그만이니까 이번 사고처럼 큰 피해가 안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간이 넓으면 그만큼 사람들 행동의 제약이 줄어드니까 뒤에 사람이 앞에서 쓰러지는 사람을 받아서 피해를 더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때의 안전수칙에 대한 안내도 좀 부족한 듯 싶다. 물론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때의 안전수칙에 대한 안내가 좀 더 확대될 것이지만, 왠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진작에 좀 했었으면,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에스컬레이터는 분명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이지만, 때론 우리에게 해를 끼칠때도 있다. 그런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생각이 필요 할 듯 하다.
기사 원문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soc&arcid=0002814493&code=1113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