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토요일 날. 창원에 갔다 왔어.
안 그래도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명장』. 마침 재만이가 가지고 있었던 『명장』 영화티켓. 재만이를 보고 싶은 마음과 『명장』을 보고 싶은 마음이 나를 창원에까지 이끌었지.
『명장』은 꼭 보고 싶은 영화였거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인데, 난 중국영화를 참 좋아해. 어렸을 때부터 본 성룡 영화나 이연걸의 『황비홍』 같은 영화의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확실히 중국영화를 좋아해.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영화들까지도 나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으니까. 왜 그런 거 있잖아. 다른 사람들은 재미없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엄청 재미있게 다가오는 영화들. 나에게 그런 존재가 바로 중국영화야. (그건 취향의 차이라고 봐. 다른 사람들이 다 예쁘다고 느끼는 김태희를 보고 혼자서 저게 뭐 예쁘지? 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거잖아.)
재작년에 개봉했던 장이모 감독의 영화 『황후화』는 여러 매체에서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는 아니었어. 그런데 난 그거 엄청 재미있게 봤거든. 그 영화를 인터넷으로 보고 무척이나 아쉬웠어. 이런 영화를 극장의 큰 화면에서 보면 어떤 맛일까? 다음에는 꼭 그런 거 느껴보자, 혼자 그렇게 생각해왔었어. 그러던 중 창원에 갈 일이 생겼고, 정말 보고 싶던 영화 『명장』을 보게 되었어.
『명장』(2008) 진가신 감독 /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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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역사를 공부하는 것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어.
이 영화는 중국의 19세기 중엽 태평천국의 난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중국의 지명, 역사,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더 쉽게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셈이지.
영화가 중반에 들어서면 주인공 일행이 소주(蘇州, 쑤저우)성을 공격하는 장면이 나와. 영화 속의 소주성은 1년간의 포위 속에 엄청 황폐화된 모습으로 등장해.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소주성 함락이 가지는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고 봐. (사실 이 영화의 모든 영상은 상당히 우울하고, 또 비장해.)
영화 속 말고, 현실 속의 소주지방은 영화 속에서와 같이 그렇게 초라한 지역이 아니었어. 사실 소주지방은 근대 이전 중국경제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지역이야. 근대 이전의 중국경제는 근본적으로 농업경제에 의존적이었어. 그렇기 때문에 농업생산량이 많은 지역은 농업 경제에 미치는 힘이 그만큼 컸다고 할 수 있어. (전세계 컴퓨터의 90%이상 점유율을 자랑하는 윈도우 OS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듯이, 전세계에서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 미국이 세계 자본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듯이.)
그 농업경제에, 주축이 되는 농업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지역이 바로 소주, 항주(杭州, 항저우)지역 이였어. 天上天堂 地下蘇伉(천상천당 지하소항. 하늘 위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 이 말이 번영했던 두 도시에 대한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어. 그렇기 때문에 소주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잘사는, ‘부자동네’였단 말이지. 그리고 경제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문화수준과 교육수준도 전중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어. (어느 사회에서든 높은 문화력을 가지려면 일단 경제력이 좋아야 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어떤 음악이 더 좋을까? 어떤 책이 더 좋을까? 고민하게 되는 법이니까.)
또 경제적으로 매우 풍요로웠기 때문에, 이곳에서 재정적인 수입을 수취해야 하는 정부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지. 즉, 소주지역은 경제적, 문화적, 행정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요충지였고 소주지방을 얻는 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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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고서 그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엄청 몰입을 할 수 있었어. '동양의 베네치아'라 불리던 소주지방의 황폐화된 모습을 보면서 영화 속 주인공들이 느꼈을 아스라한 감정을 최대한 느낄 수 있었고, 고작 800명의 군대로 시작해 무려 남경을 평정해버린 그들을 보면서 그들의 기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
이런 역사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었더라면, 내가 『명장』을 보았을 때의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아마 없었을 거야. 그냥 두 시간이 아까웠겠지. 그러나 난 그 두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어. 아니, 매우 행복했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걸 느낄 수 있다는 사실. 그게 바로 역사를 배우는 기쁨이 아닐까 싶어.
역사를 배우는 학생으로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아주 좋은 하루였어. 그날은.
(
이미지 출처 : 씨네21
http://www.cine21.com/Movies/Mov_Movie/movie_detail.php?s=base&id=22209
새전북신문 / http://www.s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6648
엠넷미디어 / http://m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