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께는 오랜만에, 웅이(동생)랑 영화를 보고 왔어.
영화는 요즘 한참 탄력받고 있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임순례 감독 /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주연.
솔직히 작년 한해동안 우리나라 영화보다 다른 나라 영화가 더 사랑받은게 사실이고.
그런데, 이 정도 영화가 나오는거 보면 한국영화가 위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봐.
(※잠깐, 밑으로 내려가시기 전에 건데기 약간 있습니다. 영화 안보셨거나 보실 분들은 조금 생각하시고 스크롤 해주세요.)
이 영화보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바로 김정은누나의 변신.
맨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나오시는데, 그 모습 보고 그간에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만했어. 그 한 장면만으로 변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나타났으니까.
김정은 누나는 『파리의 연인』에서의 대성공으로 스타가 되었어. 하지만 그 성공이 오히려 자기의 이미지를 제약시키는 결과를 낳아버리고 말았지. 그 이후 비슷한 캐릭터로 승부했던 『루루공주』나 『연인』은 흥행에서 완전 참패해버렸으니까.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고, 김정은 누나는 단순히 예쁘기만은 거부하는 악바리 캐릭터로 완전히 돌아오셨어. 영화를 보는 내내 김정은 누나의 연기는 너무나 눈부셨어.
그와 동시에 다른 연기형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어. 김정은 누나, 아무래도 작품을 잘 고르거 같아. 다른 연기형 배우들의 지원사격속에서 문소리, 김정은 콤비는 좋은 활약을 펼치거든.
그녀의 변신은 반갑다.
우리는 이미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단 말이야. 결말을 알고 보기 때문에, 이 영화의 이야기는 자칫 뻔한 이야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너무나 커. 그저 그런 스포츠 극화가 그렇듯이, 여차여차한 우여곡절끝에 결국은 승리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라는, 많은 매체를 통해 내성이 높아진 요즘 관객들의 요구를 채우지 못하는 허접한 영화가 나오진 않을까 하고는 말야.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임순례 감독님은 매우 영리하신 분이라고 생각해. 이 영화는 스포츠 영화의 탈을 쓴 휴먼드라마이거든. 극의 주인공 한미숙은 핸드볼 선수이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야.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코트로 복귀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다 해도, 그녀는 그것을 허투루 하거나 대충대충하거나 하지 않아. 단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고 그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결말은 그리 중요한게 아니였어. 꿈을 향해, 아니면 단지 살기 위해서, 아니면 최고가 되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노력하는 그 순간순간, 아무도 모르게 우리 옆으로 다가와 있는 순간이 바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들은 계속된다. 한미숙에게, 김혜경에게, 박영필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저... 사인 좀 해주세요.
오랜만에 하려니, 손이 다 떨린다.
이거 언제 해준거야?
97년 핸드볼 큰잔치 때요...
오랜만에 하려니, 손이 다 떨린다.
이거 언제 해준거야?
97년 핸드볼 큰잔치 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