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평안녕, 구 마산야구장
너무나도 길고 길었던 NC다이노스의 2018년 항해는 끝났다. 시즌 최종성적은 58승 1무 85패 승률 0.406 순위는 10위로 즉 꼴지다. NC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불명예스러운 시즌이었는데, 삼성 라이온스와 함께 유이하게 최하위를 해본 적이 없는 팀이었으나, 이제 KBO에서 최하위를 기록해보지 않은 팀은 삼성만이 유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10위라는 성적은 어찌보면 당연한 성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선수단 연봉총액이 KBO리그 10개 팀 중에서 10위였다. NC 선수들은 받은 돈에 맞는 성적을 냈다고 볼 수도 있는 거다. 1,000만원 하는 모닝과 2,000만원 하는 아반떼가 차이가 나는건 당연하다. 돈을 제일 적게 받았으니 성적도 제일 낮게 나온 거다. 억울해할 필요도 없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2018년 KBO리그 연봉현황. 출처 : KBO 보도자료
2. 올해의 게임모든걸 하얗게 불태운 4월 18일의 정수민
믿기 힘들겠지만 올해 직접 본 게임은 한번도 이긴 게임을 보지 못했다. (전적 9전 9패) 따라서 직접 본 게임 중 올해의 게임은, 그런거 없다.
집에서 시청한 게임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임은, 정수민이 모든걸 하얗게 불태웠던 4월 18일 고척 넥센전 이었다. 당시 팀은 9연패 이후 가까스로 직전게임에서 연패를 끊은 상황이었고 정수민이 어떤 투구를 하느냐에 따라 다시 연패로 빠지느냐, 아니면 연승으로 치고 나가느냐가 달린 게임이었다.
넥센의 투수 최원태는 8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왔고, 한국 최초의 퍼펙트 게임에 단 5개의 아웃카운트만을 앞두고 있었다. 우리 팀 투수 정수민도 최원태에 못지않는 무실점 피칭을 이어오고 있었다. 8회 1사 이후 노진혁의 극적인 스퀴즈로 1점을 냈고 그 점수를 강윤구와 이민호가 마무리 지으면서 게임을 마무리했다. 투수전을 보기 힘든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투수전이 아니었을까.
두번째로 기억에 남은 게임은 10월 13일 대전에서 치뤄진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최종전이었다. 10대5로 게임은 뒤져있었지만 꾸역꾸역 점수를 내서 10대8까지 따라갔다. 올해 유난히 지는 게임을 많이 하느라 팬들도 재미없는 시즌을 보냈지만 그만큼 선수들도 지는 게임하느라 얼마나 재미가 없었을까? 모창민의 그 마지막 홈런은 1년동안 이 재미없는 시즌을 보낸 팬과 선수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위로같은 느낌이었다.
10월 13일 2018년 마지막 홈런
3. 주목할 만한 선수 체크
팀이 망했는데, 개인성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꼽아보자면 구창모, 베렛, 모창민이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
그나마 코멘트를 좀 할만한 선수는 박석민과 왕웨이중이다.
박석민은 시즌 전까지만해도 먹튀라고 보기에는 좀 힘들지 않나 했는데, 이제는 먹튀가 아니라고 하기가 힘들어졌다. 영입 첫해 반짝하고 2년연속 이름값과 연봉에 맞는 활약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내년에 어떤 활약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플러스 1년에 마이너스 2년이니 내년에 잘하더라도 0이라서 먹튀가 아니라고 우길 수가 없다.
박석민은 그 특유의 타격폼 때문에 체력소모가 심하고 부상위험도가 높다. 젊었을때야 체력이 받쳐주니 그 타격폼을 버티면서 퍼포먼스가 나왔지만 이제는 나이가 30대 중반에 다다르다보니 퍼포먼스를 지속적으로 내기가 힘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팀에서 바라는 만큼의 활약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한가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닌데, 그렇게 큰 스윙폼을 가지고도 선수생활 마지막까지 좋은 활약을 펼쳤던 예가 있다. 바로 옛날 팀의 선배였던 양준혁이다. 물론 타격폼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양준혁의 몸관리 비법이라던지, 훈련방법, 기용전략이라던지 양준혁을 충분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박석민과 왕웨이중
왕웨이중은 NC 입장에서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NC가 계속 영입해왔던 유형은 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선수였다. 단순히 스탯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선수가 가진 직업선수로서의 의식을 따진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야구문화를 가진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은 직업선수로의 마인드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국적의 선수들보다 실패할 확률이 낮다.
그런 면에서 대만국적의 왕웨이중은 NC 프런트 입장에서도 도박적인 영입이었다. 그런 도박적인 측면을 감안할때 왕웨이중은 완전한 실패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쉽게 규정이닝은 못 채웠지만 전반기에 좋은 활약을 보였고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가 2년차에 1년차보다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감안하면 1년 정도는 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이 아니라면 1년정도는 더 봐도 되지 않을까?
4. M.I.P.(Most Impressive Players) - 혼자서 어벤져스, 나성범혼자서 어벤져스 나성범
나성범은 NC다이노스의 캡틴아메리카(임시주장)였고 아이언맨(팀내 유일 전경기 출장)였으며 헐크(팀내 OPS 1위)이자 토르(팀내 결승타 1위)였다. 팀내 모든 선수들이 부진 혹은 부상으로 경기를 빠질때 유일하게 전경기 출장하며 우익수 자리를 지켰다. 공격에서 팀을 이끄는 모습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 리그에서 가장 수준높은 우익수 수비를 보여줬다.
개인적으로는 50홈런 치는 4번타자보다 15승 하는 에이스에 환장하는 타입이긴 한데, 그런 개인적인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나성범은 가장 압도적이었다. 상세스탯은 144경기 출장(전경기, 팀내 1위), 타점 91점(팀내 2위), 안타 177개(팀내 1위), 홈런 23개(팀내 2위), OPS 0.899(팀내 1위)이다.
5. H.O.N.(Hope of NC) - 구창모풀타임 2년차 구창모
구창모는 항상 놀라운 것이 그 호리호리한 몸으로 놀라운 공을 던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숫자로 찍히는 구속보다 공끝의 움직이 더 좋아서 중계화면으로도 홈플레이트 쯤에서 예리하게 휘어지는 각도를 볼 수 있다.(헤이더?) 작년까지는 좀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올해 풀타임 2년차를 맞이해서 작년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팀이 어려울때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이재학이 조금 지쳐있던 8월 이후 사실상 팀의 2선발로 활약하며 팀을 이끌었다. 창모를 보고 있으면 일본전에 유난히 강했던 구씨성을 가진 레전드 좌완투수가 생각난다. (기용방법도...) 창모도 충청도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내년에도 좋은 활약을 계속해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상세스탯은 133이닝을 던져 5승 11패 1홀드를 기록했고 116개의 삼진을 잡아내는동안 5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ERA는 5.35 FIP는 5.47이다.
6. 올해의 뜨거운 안녕 - 김경문 감독
이 블로그는 왠만하면 사람이름을 부를때 호칭을 부르지 않는다. 김정은이나 박근혜나 다 상관없다. 그러나 단 한사람, 김경문 감독님만은 그냥 김경문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김경문 감독은 2011년 NC 창단감독을 부임하여 만 7년간(2011~2018) 팀을 이끌며 단기간에 좋은 전력을 갖춘 팀으로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NC 감독으로 있던 기간 거둔 전적은 388승 14무 345패였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2015년에는 정규시즌 2위,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했다.
김경문 감독님이 또 다른 팀을 맡는다고 하셔도 나는 여전히 그분을 응원할 것이며, 언젠가는 시즌 마지막에 가장 높은 자리에서 우뚝 서는 거인이 되시기를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NC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단 한마디만 하고 싶다.
다시는 김태군을 무시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