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 NC에 관한 부정적 포스팅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하려고 한다. 망가진 팀을 보는 것만큼이나 망가졌음을 지적하는 것 또한 무척 슬프기 때문이다.
5/30 현재순위. NC는 9위 삼성과 5게임 차이나는 10위. 즉 꼴지다.
1. 답이 없는 공격력
올해는 역대급 타고투저시즌이다. 당연히 모든 팀들이 점수를 잘 뽑는다. 하지만 이 모든 흐름에 역행하는 팀이 있다. 바로 NC다이노스다. 이 팀은 상대방이 5점이상 내면 점수낼 생각을 잊어버린다. 5점차이상 나는데 1구 1구 전력투구하는 투수는 없다. 당연히 완급조절을 할 것이며 뒤이어 나오는 투수도 불펜에이스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공을 많이 보면서 실투를 노리거나 하면서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어느정도는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3점차 이내로 따라가줘야 게임도 팽팽하게 긴장감이 유지된다. 그런데 엔씨는 아예 점수를 못뽑는다. 그 상황에서 게임은 식어가고 불펜이 대량실점하거나 1~2점씩 실점하고 게임은 진다. 지금까지의 전형적인 패배패턴이다.
야구는 상대방의 자원을 얼마나 소진시키냐 게임이다. 오늘 지더라도 내일 이길 수 있는 여건은 최대한 만들어야 한다. 이런식으로 많은 점수차로 져버리면 상대는 상대대로 전력을 아낄 수 있다.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따라가 주어야 하는 이유다. 상대방이 불펜에이스를 내게 만들어야 되고 그래서 내일 불펜에이스가 못 나올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엔씨의 연패가 길어지고 승리를 거둘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서서히 좋아지곤 있지만, 아직까지는 원래의 이름값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2. 변화가 필요한 김경문의 리더쉽
김경문은 강한 감독이다. 선수들의 주전경쟁을 극대화시키고, 선수와의 밀당에 아주 능한 감독이다. 솔직히 말해 그 유형의 리더쉽으로 엔씨는 단기간에 강팀이 되었고 그 힘으로 4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제 그 리더쉽의 한계점이 서서히 보이는 듯 하다.
요즘 게임을 보면 선수들이 플레이에 집중하기 보다는 벤치의 눈치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받을때가 많다. 잘던지던 투수도 한번 흔들리면 힐끔힐끔 1루쪽 벤치를 본다.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의 활발한 경쟁을 이끌어내는 것도 코칭스태프가 할 일이지만, 일단 주전경쟁이 끝났으면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코칭스태프가 해야할 일이다. 오죽하면 선발진에서 그나마 사람구실하는 이재학도 한게임 조기강판 당하고 불안하다고 이야기 할 정도다.
아무것도 없던 60년대의 한국이 박정희 리더쉽을 만나서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2010년대에도 박정희 리더쉽이 여전히 통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변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느정도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김경문의 강한 리더쉽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리더쉽에도 조금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안선생님(감독)은 예전에는 엄청난 호랑이 선생님이셨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지금은 바뀌셨다. anti같지만 나는 여전히 김경문 감독님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3. 실패한 영입 : 정범모와 최준석
올시즌 시작 전 정범모와 최준석이 영입되었다. 모든 영입이 다 플러스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두 영입은 전형적인 마이너스의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엔씨가 지금은 바닥을 치고 있지만 그래도 4년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간 팀이었고 15년과 16년에는 정규시즌 준우승을 했던 팀이다. 정범모는 그때 당시에 포스트시즌에도 못나간 한화에서도 백업으로 뛰던 포수다. 김태군이 빠져나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을잔치에도 못나가던 팀의 백업 포수가 전력이 좋은 팀으로 와서 단번에 주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정범모를 쓰느니 차라리 팀내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게 더 옳다고 생각한다. 시즌 시작할때부터 만약 그랬다면 팀 순위는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경험치를 먹은 젊은 포수는 한 명 있을 것이다.
최준석의 영입은 팬덤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그래도 나는 기대하는 측면이 있었다. 왜냐하면 3루에 박석민이 복귀했고 최준석이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대롯데전 스페셜리스트로 맹활약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생각은 완전한 오판이었다. 올시즌 박석민은 사실상 3루수비가 안된다. 그래서 지금 지명타자를 두고 박석민, 최준석, 모창민이 경쟁해야 하는 구도다. 합리적인 엔트리 구성이 아니다.
거기다가 최준석은 극단적인 타격 원툴형이다. 당연히 최준석을 위한 대주자, 대수비 요원이 엔트리에 들어가야 한다. 앞전에 다른 포스팅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최준석 하나때문에 내야수를 9명이나 쓰느니 차라리 투수 한명을 더 쓰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최준석과 정범모는 실패한 영입이다.
요즘 생각이 바뀌었는데 이 팀의 습자지 같은 얇고 얇은 뎁스를 보고 있으면 그나마 정범모나 최준석이나 와줘서 감사합니다.
4. 선발야구의 부재와 불펜 세대교체 실패
믿기 힘들겠지만 한때 엔씨는 아주 강한 선발야구를 했던 팀이다. 14년까지는 외국인투수를 3명을 쓸 수 있었고 9개구단 체제로 중간중간에 3일 휴식일이 있었기에 그것을 잘 활용하면서 선발야구를 했다. 15년에는 외국인 슬롯이 한명 줄었지만, 해커와 스튜어트의 대박과 손민한의 부활등이 겹치면서 구단역사상 가장 안정적인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었다.
엔씨의 훌륭한 자산은 그 시절을 겪으면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유능한 불펜요원들이었다. 14년에 원종현, 김진성이 정상급 불펜이 되었고 15년에 임창민, 최금강이, 16년에는 이민호, 임정호가 가세하면서 착실히 불펜요원들이 쌓였다. 그런데 그 좋은 자산을 작년에 한꺼번에 털어먹고야 말았다. 이 멤버중 현재 팀의 1군에 있는 멤버는 이민호와 원종현 뿐이다.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대교체는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배재환이나 강윤구 같은 다음 세대의 불펜요원이 자리잡기까지 어느정도의 관리가 필요했다. 지금과 같이 기존의 불펜들이 다 퍼져서 어쩔 수 없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순차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했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프런트의 부재다.
감독목숨이 파리목숨인 한국 야구판에서 감독은 이기기위해 확실한 카드를 계속해서 내고 싶을 것이다. 그럴때 감독의 운영을 조율하며 팀의 큰 그림을 그려내야하는 업무를 프런트가 해야 한다. 그런데 작년에 경기를 보면서 느낀 것은 프런트의 부재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올해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본다.
5. 투자를 하지 않는 프런트
올해 NC다이노스의 연봉순위는 10개 팀 중 10위다. 작년 4위를 한 팀이 연봉은 가장 적게 받는다. 물론 연봉액수가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만 보더라도 연봉 1위인 롯데는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연봉액수가 호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적이 날려면 연봉이 어느정도는 되어야 한다. 다른 팀하고 비교될 정도로 적은 연봉은 선수단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창원시가 10개 구단 연고지 중 가장 작고 최근 동남공단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은 점 등 흥행의 어려움이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10개 팀 중에서 10위를 할 선수단 구성은 아니다. 구단에서 어느정도 투자가 더 되어야 한다. 아니면 앞으로 팀의 암흑기가 계속될 확률이 높다. (진짜 궁금한건데 뭘믿고 조영훈, 김종호 은퇴시킨 거냐? 스크럭스 수비하는거 보고있냐?)
일본처럼 수도권 특별 홈경기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NC소프트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해 있다. NC소프트 본사직원들과 수도권에 있는 다이노스팬을 위해 성남인근 야구장을 임대하여 홈게임으로 배정된 게임 중 3게임 정도만 한다면 창원시민에게도 양해가 되고 NC소프트 직원들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주말게임에 상대매치업이 기아나 LG, 한화 같은 인기팀이라면 흥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선수단으로서도 서울-창원-인천 이런 이동거리가 있을때 중간의 창원게임을 수도권에서 치룬다면 컨디션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번 시도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이길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꼴지할 수도 있고, 혹독한 세대교체의 시기를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씨가 보여준 강렬한 야구를 나는 다시 보고 싶다. 하나하나 전력을 따져보면 약한 것 같지만 모두가 힘을 합치면 강해서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팀.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엠스플 베이스볼투나잇 무단전재.
P.S. 쥬라기공원의 신작 쥬라기월드: 폴른킹덤의 개봉일은 2018년 6월 6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