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승 5패 156이닝 ERA 2.88
2014 10승 9패 156이닝 ERA 4.21
2015 10승 8패 125이닝 ERA 4.10
2016 12승 4패 127.2이닝 ERA 4.58
2017 05승 7패 117이닝 ERA 5.62
1년 사이에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 선수가 있다. 4년 연속 10승을 했고 매년 120이닝 이상을 막아내며 ERA를 4점대를 유지하고 있었던 선수였다. 그런 그가 불과 1년만에 승수는 절반이 되었고 ERA는 1점이상 높아졌다. 리그의 준수한 2~3선발급의 자리를 유지하던 선수가 1년만에 5선발이나 어울리는 투수가 되었다. 다름아닌 NC다이노스 선발투수 이재학의 이야기다.
NC다이노스 선발투수 이재학.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모든 면에서 물증이 없고 단순히 추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공권력에 의해 개인이 어떻게 피해를 입고 쓰러지는가에 대해서 적어도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에게만은 알려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NC다이노스 프론트에 의한 승부조작 은폐와 이재학 승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공식발표가 있었다. 프론트에 의한 승부조작 은폐는 무혐의, 이재학의 승부조작 의혹도 무혐의였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처음부터 이재학의 승부조작 의혹이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이라는 것이다.
진야곱이 스포츠 불법도박을 했던 시기는 2011년이다. 이재학의 혐의는 진야곱의 계좌를 통한 불법도박 대리베팅을 한 혐의였다. 이 혐의는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되기 전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그 전에 있던 불법도박에 관한 형법의 공소시효 5년이 만료된 건이다. 즉 작년에 이재학이 승부조작을 했니 마니 했던 그때에도 이미 이재학의 공소시효는 만료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은 맨처음 NC다이노스를 압수수색하고 이재학 승부조작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때 공소시효가 만료가 되었다는 것을 몰랐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제보가 들어왔거나 범죄정황이 드러났을때 제일 먼저 알아보는 것이 언제 일어났는가에 대한 문제다. 경찰은 이재학 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을 언론에 흘렸던가 최소한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도록 방조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수사과정에서 이미 이재학의 공소권 없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언론이 이재학이 승부조작을 한 것처럼 보도했을때 최소한 그것을 방조했다.
여기서 나는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버릴 수가 없다. 9월 20일 한겨레 보도로 인해 박근혜게이트의 서막이 열려가던 시기였다. 10월 7일 경기북부경찰청이 NC다이노스 구단을 전격 압수수색을 했고 오후에 이재학 승부조작 정황이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후 이재학의 승부조작은 거의 기정사실인 것처럼 각종 보도가 쏟아져나왔다. 9월 21일과 10월 7일 사이의 약 보름간의 시간은 경찰이나 검찰이 어떤 사건을 만들어가기에 적절한 시간이다.
8월에 이태양 승부조작 건이 마무리 되었지만 추가적인 이재학에 대한 승부조작 루머가 있었다. 그런데 그냥 루머로 덮여지던 시기였다. 나도 이시기 승부조작건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루머가 잠잠해지면서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재학 선수도 다시 복귀하여 1군에서 선발등판하던 시점이었다. 그랬는데 뜬금없이 10월 2일, 군검찰에서 추가 승부조작 정황이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군검찰에서 점화가 되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알다시피 군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통제가 용이한 집단이다.
11월 7일 최종적으로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유창식, 이성민, 문우람, 김병승은 승부조작혐의로 진야곱, 안승민, 이재학은 불법도박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것이다. 이재학에게 씌워져있던 승부조작 혐의가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경찰의 발표에만 따르면 핵심은 이재학이 아니다. 유창식, 이성민, 문우람, 김병승이 바로 핵심이다. 그런데 언론보도는 이재학에게만 초점이 있었고 결국 수사결과 발표전에 치뤄졌던 포스트시즌에서 NC구단은 이재학을 엔트리에서 빼야 했다.
그 일곱선수 중에 왜 하필 이재학이었을까. 이재학이 제일 유명하기 때문에 언론에 흘리면 가장 보도가 많이 될 인물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재학은 당시 4년연속 10승을 달성한 투수였고 2013년 신인왕을 탄 선수다. 이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가 되어있다고 하면 아마 미디어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진야곱이나 이성민이 못한 선수라는 뜻이 아니다. 미디어의 주목도 면에서 저기에 언급된 여섯선수보다 가장 유명한 선수다. 팀내에서도 외국인선수를 빼놓고 최고의 투수는 누구냐고 물으면 누구나 이재학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2013년 신인왕 이재학.
소설을 써보자면 상부에서 어떤 건수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공소시효만료로 인해 수사를 안하고 있던 진야곱 건을 수사해보니 이재학이라는 이름이 찍힌 액수가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재학 대리베팅이라는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었을까. 진야곱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이재학 하면 아 그 신인왕 받은 선수? 하는 인지도가 높으니 이재학이라는 이름을 중점적으로 흘렸던 것은 아닐까.
이런 설명이 아니면 왜 그 시기에 이재학의 이름이 그렇게나 보도가 되었는지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검찰에만 정치검찰이 있는건 아니다. 경찰에도 정치경찰이 있다. 그런 정치경찰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 수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건 아니었을까. 그런 의혹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의혹과는 별개로 저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난 이후 치뤘던 포스트시즌에서 NC다이노스는 무력하게 패했고 가장 크게 보도되었던 이재학은 4년연속 10승 투수에서 올시즌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 선수가 받아야 했던 피해를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까.
최근 전 정권에 의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실체가 있음이 드러났다. 거기에 실려있던 한 여배우는 여배우로서의 가장 꽃다운 나이를 그렇게 흘려보냈다고 오열을 했다고 한다. 공권력은 개인의 온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 누구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권력을 사용해서는 안되고 그 결과로 개인의 삶이 파괴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