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습니다.
일단 영화에 대한 총평을 말하자면, 일부 관객이 오해할만큼 애매하게 만들어진 연출도 있으나 그것만큼 확실히 관객을 쫄깃하게 만드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 영화입니다. 중간에 굿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부분에서 한국적인 미쟝센이 나오기 때문에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영화를 좋아하시면 이 영화 정말 마음에 드실 겁니다. 장르물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좋아하실 거구요. 그러나 스릴러 장르에 흔히 나오는 고립된 작은 마을, 외지인, 외지인과 함께 등장하는 이상한 일들과 같은 설정들은 조금 전형적인 측면이 있어서 뻔하다는 생각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관객을 쫄깃하게 만드는 힘을 확실히 있습니다. 좋은 영화에요.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
영화를 보고 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와서 간단히 제가 생각하는 해석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따로 해석을 할 필요로 어찌보면 불친절한 영화일수도 있겠네요.)
일단 등장인물의 정체부터 이야기 하자면, 일본인은 오니나 텐구같은 일본전통설화에 나오는 악마로 보입니다. 천우희가 맡은 배역은 정확한 이름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마을의 수호신으로 추측됩니다. 그리고 일광(황정민역)은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악령으로 부터 신내림 받은 무당으로 보입니다.
일광의 정체에 대한 여러가지 장면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살을 날리는 굿을 해야 한다면서 돈 천만원 정도 필요하다는 그 장면인데요, 거기서 유난히 일광의 금색 손목시계가 빛이 납니다. 그만큼 이 사람은 물욕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겠지요. 두번째 장면은 옷을 갈아입는 장면인데 바지를 벗고 옷을 갈아입을때 보면 속옷이 일반적인 속옷이 아니라 훈도시를 입고 있습니다. 극중에서는 고라니를 날 것으로 뜯어먹는 악마가 이 속옷을 입고 있었죠. 이것은 일광이 일본인과 같은 한패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장면일 겁니다.
그러면 몇 군데 장면을 보고서 간단하게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죠.
1. 일광은 살을 누구에게 날리나
일광이 살을 날리는 장면을 보면 그 살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두 인물이 있습니다. 종구의 딸인 효진과 산속에서 의식을 치루고 있던 일본인입니다. 저의 해석으로는 일광이 효진에게 살을 날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인은 트럭에 쓰러져있던 박춘배에게 그 살을 날리는 것 같구요. 일본인은 박춘배에게 살을 날리다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천우희에게 방해를 받아 그 의식은 실패합니다. 그 덕분에 박춘배는 완전히 죽지 않은 상태인 좀비가 되어버리고 말았죠.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인 천우희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일본인은 오히려 천우희에게 역살을 맞아버려 거의 초죽음 상태로 내몰리고 맙니다. 그리고 잠에서 깬뒤 수호신이 있다는 두려움으로 종구(곽도원)일당이 오기전에 먼저 도망을 칩니다. 종구 일당이 그 일본인을 찾아서 절벽끝까지 쫓아갔을때 바위밑으로 숨은 것은 아마도 종구와 천우희가 한패일 것으로 오해를 했던 것 같습니다.
2. 천우희가 피해자의 물건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극중에서 일광은 악마가 미끼를 뿌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물었기 때문에 악령에 씌이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서 미끼는 일반적인 지렁이같은 한종류를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사람마다 자기의 취향이 있고 끌리는 것에 따라 맞춤형으로 미끼를 꺼내고 그것을 물도록 현혹하는 거죠. 그러니까 저한테 벤츠차를 갖다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는 나성범 싸인유니폼만큼의 가치가 없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끼는 인간이 그것을 소유함으로서 악령이 깃들게 되는 토템의 역할을 합니다. 효진의 머리핀, 술집여자의 가디건, 박춘배의 군복이 그것인데요, 천우희가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토템들을 자기가 가짐으로서 마을사람들이 악령에 씌이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결국 곽도원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기제로 작동해버렸지만은요.
3. 왜 효진을 건드렸을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개개인별로 유혹할만한 물건들이 있고 그것을 통해서 악령이 씌여진다면 왜 효진이 선택되었을까요. 천우희는 그것이 효진 애비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그것은 영화속 사건이 벌어지기전 마을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에 종구가 연루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경찰로 살다보면 분명 여러가지 사건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들을 해결하려다보면 천우희가 말한 잘못을 저질렀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극 중에서는 목격자를 찾다가 놓친 건으로 시말서를 쓰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압박감속에서 종구가 범인을 만들어내는 어떤 일을 했을 수도 있는 겁니다.
또한 일본인을 죽이러가는 종구일당을 보면 사람을 죽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고민이 없으며 여러 장구류를 챙기는 걸 보면 굉장히 능숙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종구일당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처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4. 일본인과 천우희 그리고 동굴속 마지막 장면
일본인과 천우희의 능력치만 가리면 이른바 염력이라고 불리는 능력치에서는 확실히 천우희가 앞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대강 정면승부를 펼치는 살싸움에서 일본인은 저격당한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이 일본인이 가진 중요능력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의 감각을 현혹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천우희의 능력에 압도된 일광은 차를 타고 서울로 도망가려고 합니다. 도망가려다가 갑자기 나타난 나방떼에 차를 세우고 급하게 내리는 데요, 그 장면을 보면 나방떼는 없어지고 뒤에 있는 차도 멀쩡합니다. 그리고 악령에 씌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헛것이 보인다는 것인데요, 그것은 일본인이 사람의 감각을 조절해서 현혹시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염력이라는 능력치에는 천우희에게 밀리지만 특수어빌인 현혹 이라는 능력치가 있어서 사람을 조정한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동굴 속 마지막 장면은 어떤 장면일까요? 그것은 일본인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천주교 사제를 속이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악마가 그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악마가 마지막까지 관객을 낚을려고 그러는 건 아닐까요?